전라도 민요 중에 재미있는 것이 있다."시어머니 낯짝도 뻔뻔하지/ 저런 것을 낳아놓고 날 다려왔네/ 저런 것을 낳느니 호박을 낳지/ 흉년에 한 끼나 끓여먹게." 남편이 어지간히 미운 짓을 했는지 속을 부글부글 끓여대는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정말로 미워하는 것 같진 않다. 남편의 다정한 말 한마디만으로도 봄눈 녹듯 풀어질 것 같은 귀여운 투정(?)이랄까.
곱다가도 밉고, 보기 싫다가도 살가워지는 존재.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등 돌리면 가장 멀어지는 사이. 눈을 덮은 '콩깍지'가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아웅다웅 다툴 일도 많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 미운정 고운정으로 무늬를 짜노라면 어느 순간 긴 인생길의 둘도 없는 동행자가 된다.
그러기에 전설상의 외눈박이 비목어(比目魚)나 날개가 한쪽씩만 있는 비익조(比翼鳥)는 암수가 함께 있어야만 온전할 수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부의 인연을 상징한다. 두 나무의 가지결이 이어져 한 나무가 되는 연리지(連理枝) 역시 부부의 사랑을 의미한다.
오는 21일은 '부부의 날'. '두 사람(2)이 부부의 인연을 통해 하나(1)가 된다'는 뜻이다. 하늘이 정해준 아름다운 인연 '천정가연(天定嘉緣)', 그리고 '동행'의 참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 인용된 한 부부의 실화는 서로를 향한 진정어린 마음이야말로 사랑이고 행복임을 말해준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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