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복지 사각지대-(3)해결방법은 없나

"방과 후 무료 학습시설·기관을 만들면 교육복지의 사각지대가 사라집니까? 구청과 동사무소에서도 파악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갈 곳이 없어 움츠리고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내 제도권으로 불러내야 합니다.

"

3년 전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청소년 공부방 형태로 만든 경북대 정문 앞 청소년문화공동체 '틈세'의 최선희(37·여) 센터장은 이곳을 이용하는 학생들 이야기를 어렵사리 꺼냈다.

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엄마 아래서 '머리감는 법'조차 몰라 이가 득실거렸던 여중생, 술만 마시면 주먹을 휘두르는 부자(父子)가정의 초등학생, 연극대본은 달달 외워도 교과서 한 줄 읽기는 버거워하는 학습장애아. 심지어 부모의 방치 속에서 지옥 같은 삶을 끝내고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여학생까지. 이곳 아이들의 이야기는 한마디 한마디가 충격적이었다.

"어른들은 항상 '무엇이 문제냐?'고 물었대요. 자신은 만날 '이것이 문제예요'라고 말하는데도 어른들은 들은 척 만 척하고는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는 거죠. 그래서 더 화가 나죠. 이미 다 얘기 한 것을 계속 몰라주는 세상이 미웠던 거예요.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거죠."

'틈세'의 아이들은 모두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자녀들이다.

일자리를 찾아 떠돌거나 일할 수 없는 장애로 하루살이를 하고 있는 부모 밑에서 아이들은 늘 교육 무방비 상태로 곪아가고 있다.

가정교육을 시킬 부모가 집에 없고, 또 돈이 없다.

최신형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등급이 매겨지는 또래문화 속에서 늘 꼴찌가 된다.

어른들이 손가락질하는 '청소년 일탈'은 이렇게 시작된다.

공부방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보육시설에 있는 학생이나 소년소녀가장은 형편이 그나마 낫다고. 연말이면 후원자라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초 빈곤아동 지원대책의 하나로 '민간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로 제도화해 월 200만 원을 지원키로 했다.

지역아동센터는 초·중·고교생이 방과 후 공부하고, 밥 먹고,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정부는 전국에 224개 있는 센터를 2005년 80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대구지역에서 현재 지원받는 '지역아동센터'는 단 5곳에 불과하다.

현재 부산에는 40곳, 인천 26곳이 있다.

물론 대구지역 복지관 23곳도 공부방 형태를 갖추고 있기는 하다.

민간 공부방이 '아동지역센터'가 되려면 몇가지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무허가 건물은 안되며, 급식이 가능하고, 아동 30명 이상이 이용하는 곳은 영양사와 생활복지사를 둬야 한다

그 중 25평 아동전용면적은 가장 큰 골칫거리다.

지난 1993년 만들어진 대구 서구의 '날뫼터공부방'은 23.5평이기 때문에 시설기준 미달이다.

날뫼터 한 관계자는 "주건환경개선지구나 재개발지구 등 저소득층 밀집지역은 철거나 재개발이 빈번하기 때문에 25평 이상 규모의 건물을 찾기 힘들다"며 "현장 사정을 파악해 차등지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절실하다"고 말했다.

틀에 박힌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저소득층이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나 농어촌지역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설립, 운영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계명대 박혜인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학계에서도 '학교 사회복지사'를 각 학교에 둬 저소득층 학생 지도 도우미로 활동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각 동의 통·반장, 관공서 사회복지 담당자, 교사가 면밀히 연결되는 네트워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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