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얼굴을 맞댄 남북 당국자 간 회담이 예정 기간인 이틀을 넘겨 나흘째를 맞았지만 별 소득이 없어 보인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중요한 제안'을 하겠다며 회담 시작머리에 뭔가 큰 게 잡힐 듯 국민의 관심을 끌더니 결국 '비료 회담'으로 막을 내릴 것 같다. 핵 실험설 등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두고 하필 이럴 때 왜 이런 회담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껏 내달 남북 장관급 회담을 갖자는 수준에 의견을 함께할 정도라면 출퇴근해 가며 법석을 떨 것까지야 없질 않는가. 북한 핵 문제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북측이 이번 회담을 '실무 협의' 수준으로 규정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듯 남측 관계자도 "(회담의) 1차 목표는 장관급 회담의 날짜를 잡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니 국민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 웃기는 것은 남측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북한의 6자회담 조기 복귀를 열심히 설명할수록 북측은 그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이를 남측이 뻔히 알면서도 또 되풀이 설명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장관급회담'에 은근히 무게 중심을 실어버리고 여기에 '비료 수송 문제' '평양의 6'15 공동 행사 대표단 문제' '8'15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이 곁들여지면서 자연스럽게 회담의 '핵심(核心)'은 쏙 빠져버린 격이다.
이번 남북 회담은 비록 차관급 회담이지만 한반도 주변국을 위시해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이 북핵 때문에 주시하고 있지만 정작 북핵 문제는 비켜나가 있다. 때를 맞춘 것은 아니겠지만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빈 나발'이라며 비난했다. 이런 북한과 회담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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