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정규직 문제, 그래도 對話해야

노동계의 양보가 없는 한 비정규직 입법과 관련한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재계의 자세는 최근 노조의 상황을 감안할 때 당당하지 못하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재계의 주장은 물론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노조 간부들의 각종 비리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재계의 선언은 주장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입법을 둘러싼 재계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정규직의 임금은 임금대로 올리면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까지 하라는 노동계의 요구를 들어주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에는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의 필요성도 수긍이 간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 노력에 노동계가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그렇다.

그러나 노사 간 이견이 맞선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양자의 대타협이 있어야 하며, 타협을 위해선 계속 머리를 맞대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양대 노총이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고립무원의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이 아닌가. 지금 상황에서는 "노조의 위기를 빌미로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재계의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노조의 반발이 되레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도 있다.

노동계의 양보가 재협상의 선결 과제라는 재계의 주장이 당당하고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재계 역시 양보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치 않겠다면 어떻게 비정규직 문제를 풀 것인가. 재계와 노동계는 고용 불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540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지를 생각, 대타협을 위한 성실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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