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공무원 천국'

요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계층의 사람들을 정의하기가 어려워졌다. 학력은 점점 높아지고 연령층은 낮아지기도 해 그 다양성과 폭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공무원 시험 준비에 신경을 쓰는 학생이 많아지고, 심지어 고교생까지 상담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전국적으로 공무원 시험 응시율과 경쟁률이 '사상 최고'였다는 건 수험생들에겐 '사상 최악'이라는 이야기도 되는 셈이다. '할 일 없으면 공무원이나 하라'는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수입'여가'적성'안정성'장래 희망'사회적 평가 등 잣대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 노동자 2명 중 1명 꼴로 심한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어른들도 자녀가 회사원보다는 공무원이나 전문직을 택하기를 바라는 경향이었다.

◇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첫 번째로 선호하는 직업이 몇 년째 '공무원'이다. 인터넷 취업 포털 '잡링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희망 직업' 1위가 공무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 교육부 조사와 2003년 '잡링크' 조사 이후 공무원이 '부동의 1위 선호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여학생들만 분리해서 보면 '교사'가 여전히 가장 인기 높은 직업이다.

◇ 그 다음으로는 대기업 사원이 선호되고, 초'중'고 교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광고 홍보 전문가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직 대기업 선호도는 다소 떨어진 채 명맥을 잇고 있으나 우려되는 점들이 적지 않다. 정보화 시대를 맞으면서 첨단 서비스 관련 직업들이 부상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공무원과 교사의 인기는 고용 불안을 넘어선 '안정성'에 있어 국가의 장래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 직업의식과 장인정신은 우리 모두를 강하게 만들어 서로에게 도움을 주므로 우리 사회와 나라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직업 선택도 그런 다양성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직업 선택이 안정성에 쏠리고, 그렇게만 치닫는다면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지금 공무원들은 '복지부동'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걱정되는 문제가 너무 많은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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