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만드는데 가장 즐겨 쓰이는 천연재료가 뭘까. 아마도 나무와 흙일 터이다. 하지만 돌도 둘째라면 서러워할만한 건축재료다. 특히 우리 민족이라면 더욱 그렇다.
천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우리 민족과 돌의 관계는 특별했다. 돌칼·돌절구·돌솥·돌구유·숫돌·돌베개·다듬잇돌 등 두루 돌로 만든 살림살이들이 널렸다. 돌탑·돌부처·빗돌·돌담·돌다리·돌무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땅은 '돌의 나라'인 셈이다. 돌집은 또 어떤가. 돌로 만든 집의 극치라 불리는 석굴암만 봐도 우리 선조가 얼마나 돌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양 부호리 권혁대(44)씨의 스톤하우스(돌집)는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간다. 권씨의 집은 온통 돌이다. 연못 안의 잉어도 돌인 것을 보면 돌로 만들지 못 하는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 320평 대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원에도 돌이 널렸다. 벤치, 응접 테이블, 분수, 탑, 우편함부터 호랑이, 곰, 독수리, 여신 등…. 잔디와 정원수를 빼면 돌의 천국인 것.
권씨의 돌 사랑은 13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돌로 만든 집과 조각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던 것. "길거리에 걷어챌 정도로 흔한 돌에 그처럼 아름다운 예술이 묻어 있는지 처음 느꼈지요. 게다가 역사적으로도 일본이 나무의 문화라면 우리나라는 돌의 문화였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권씨는 이때부터 우리 조상들의 돌 사랑을 전하기 위해 돌집 지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돌이 단순할 것이라는 판단은 착각이었다. "돌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또 그 종류에 따라 쓰임새도 천차만별이고." 10여 년을 돌 공부에 쏟아부은 뒤에야 지난해 겨우 이 집을 완성했다.
"입자가 있고 강도가 큰 화강석은 외장재로, 입자 대신 문양이 있고 강도가 적은 대리석은 내장재로 쓰이지요. 비바람에 견뎌야할 외장재는 강도가 큰 화강석을, 인테리어는 질감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문양이 많은 대리석이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권씨가 내세우는 돌집의 장점은 많다. 일단 단단하다. 수명이 길다는 얘기다. 삼국 시대 때 만든 석조물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은 이를 잘 나타낸다. 대략 1천 년 이상이란다. 또 천연소재로 뭉쳐져 있는 돌에는 사람 몸에 나쁜 기운과 냄새가 없어 새집증후군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게다가 돌은 방열'방습 효과에도 뛰어나고 미관이 화려해 아름답다.
그 중 가장 뛰어난 점은 집짓는 장인의 혼이 깃들여져 있다는 것. 흙집, 나무집, 콘크리트집, 스틸하우스 등에도 집짓는 이의 정성이 담겨져 있겠지만 돌집은 정도가 더한다. 돌과 돌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돌집은 조금만 틈이 생겨도 금세 탈이 난다.
다른 집들은 현장시공이 가능하지만 돌집은 반드시 돌 제조공장을 거치는 주문제작을 해야 한다. 정확한 실측에 의한 재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세한 부분까지 처리해야 하므로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 돌이 탄생하는 것. 집을 장식하는 석제품은 또 어떤가. 정성을 들여 깎고 다듬고…. 이러니 석공의 모든 혼이 가득 담긴 집이라 할 수밖에.
신라 시대 금관의 모습을 한 60평 남짓한 권씨의 2층 집은 돌 전시장이다. "일반인들에게 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돌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끔 하기 위해 각종 석제품과 돌 원석을 종류별로 전시했지요." 1층은 각종 석제품이, 2층에는 130종의 원석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돌집의 화장실은 무척 특이하다. 돌이 낼 수 있는 화려한 빛깔이 은은히 감도는 화장실은 볼일만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 게다가 바닥도 타일 모양을 낸 돌이다. 타일처럼 보이기 위해 조그마한 돌을 일일이 붙여 만들었다. 또 옥돌로 된 기둥에는 안을 비워 네온을 넣었다. 그래서 밤이 되면 네온 빛이 새어나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돌로 낼 수 있는 예술적 흥취가 물씬 풍기는 집이다.
일반적으로 돌은 딱딱하고 무미건조함의 대명사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같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면이 있다는 사실은 돌집을 보지 않는다면 믿기 어려울 듯 하다. 권씨의 스톤하우스에서 우리 조상이 왜 돌과 인연이 깊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정용의 500자평
우리네 삶의 주공간인 주택을 짓는데 여러 종류의 재료들이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 石材는 다른 건축자재에 비하면 대중적이라기보다는 기념물이나 종교적 건축물을 짓는데 사용되어 왔다.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 중의 신전이나 세계 각국의 종교, 문화시설 등에서 석재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돌이 지니고 있는 영속성과 견고성이 이유 중 하나인 듯하다. 이런 이유 등은 개인들이 자그만 집을 짓겠다는 마음을 싶게 갖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권혁대씨의 'Stone house' 돌집에 들면 돌이 얼마나 아름답고, 아름답게 변할 수 있나를 알 수 있다. 입자가 있는 화강석은 외장용에 사용하고 입자는 없고 화려한 문양 등이 있는 대리석은 내장재로 사용했다. 돌이 이처럼 부드럽게 보일 수가 있을까 감탄스럽다.
그의 집에는 약사여래불, 비너스상, 부의 상징이라는 배추 등이 백옥으로 조각되어 있고 사암으로 만든 소녀상, 살아 움직일 듯한 얼룩무늬의 치타 등 수많은 석제품이 있다. 돌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돌의 문화는 우리 인류와 함께 시작되어 사람과 가장 가까이 있는 듯하다. 나무, 흙, 돌과 함께 해왔고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
우리 조상의 삶 속에도 늘 돌과 같이 해왔는데 신라시대의 수많은 걸작의 석조물이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돌은 때로는 딱하고 어둡다는 선입관을 가져 왔지만 중후함과 화려함을 겸비하고 부드러운 느낌도 있다는 것을 깨우치고 나면 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같이 살아온 돌은 웰빙시대의 건축 재료로써 각광받을 날이 머지않을 것 같다.
*아름다운 집에서 향기롭게 사는 집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연락하실 번호는 053)251-158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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