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드 세일, 재활용 현장을 가다

"여성 옷 떨이예요 떨이! 딸 부잣집이라 안 입는 원피스가 많거든요."

21, 22일 이틀간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제1전시관에서 열린 '야드 세일(yard sale)' 현장. 못 쓰는 물건이라기엔 너무나 깨끗한(?) 갖가지 물건들이 주인의 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40년 된 카메라, 20년 전에 쓰던 타자기, 색이 바랜 여성용 고급 부츠에다 명작들만 모은 비디오 테이프까지….'

20여 개의 크고 작은 돗자리를 깐 가족 판매상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지만 집에서는 처치 곤란한 물건을 이것저것 내놓았다.

100원짜리 양말·귀고리·반지는 물론, 1천 원 안팎의 속옷들, 벨트, 모자, 다 읽은 소설책까지 없는 게 없었다.

홍윤진(34·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씨는 "남편과 제 형제들 중 여자만 여섯이라 집에서 묵혀두었던 옷들을 죄다 짊어지고 왔다"며 "비싼 것은 5천 원에 팔았는데도 30만 원은 벌어들였다"며 즐거워했다.

모터쇼를 진행하기도 했던 제1전시관으로 물건을 실어온 시민들이 차량을 전시관 안으로 들여와 옷을 걸고 차 안에서 휴식도 취하면서 오늘 하루만은 장사꾼으로 변신(?)했다.

정모(39·여·북구 구암동)씨는 "아이들 셋도 함께 나와 비디오 테이프, 옷, 신발 등을 팔았는데 파는 것보다 애들이 사고 싶어하는 물건이 많아서 적자를 봤다"며 "그래도 다른 사람에겐 필요 없지만 우리에겐 필요한 물건을 물물교환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자리라 '물건을 아껴쓰자'는 교육에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지역에서는 처음 열린 '야드 세일'이고 홍보도 부족해 생각보다 부스도, 손님도 적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세일 행사에 자주 참여한다는 한수종(38·부산 남구 대연동)씨는 "부산에서는 하루에도 몇 만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매상 100만 원 올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는데 오늘은 참패(?)였다"며 "재활용 유행을 일으켜 '낭비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사를 기획한 (주)야드세일(www.yardsale.co.kr) 백철준 대표이사는 "이틀간 약 4천여 명의 시민들이 다녀가 첫 행사치고는 성공적"이라며 "구경하는 시민도 싼 가격에 파는 시민도 모두 '횡재'하는 기분을 느끼는 이런 재활용 행사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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