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섬유의 '구원투수'를 자청하고 나선 '섬유 클러스터 선진화 특별법'. 지난달부터 낙동경제포럼 김만제 이사장을 중심으로 섬유연구단체와 협회가 추진해 온 특별법이 시안 마련 등으로 가속도를 내고 있다.
특별법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바로 지금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툭하면 특별법 타령'이라는 비판 또한 거센 게 사실. 특별법은 과연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그 바람직한 방향을 점검해 본다.
(1) 닻 올린 법 제정
#1 염색공장 사장 박모(45)씨는 요즘 은행에 가기 싫다.
은행에 얼굴을 보이면 직원은 고개를 숙이기 바쁘다.
지난해 각고의 노력 끝에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지만 생산할 여력이 없다.
양산을 위해선 투자가 필요한데 은행에서는 섬유업이라는 이유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박 사장은 은행 문턱이 높자 실적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도 서슴지 않았다.
겨우 이곳저곳에 보증을 세우고 연리 8%로 2억 원을 대출받았다.
#2 섬유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김모(54) 사장은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
이익이 나지 않지만 현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공장 돌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공장을 팔고 싶다는 생각은 굴뚝 같다.
하지만 직기는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고 인수할 사람도 나타나지 않아 정리도 쉽지 않다.
◇추진배경은?
대구경북 섬유산업이 위기에 처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몇 년 새 중국, 인도 등 후발국은 급부상했고 환율 하락과 내수 부진 등으로 국내외 섬유산업환경은 급변했다.
특히 올 들어 폐지된 섬유쿼터제로 섬유산업은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했다.
이로 인해 지역섬유산업은 크게 위축됐고 생산기반마저 붕괴되고 있다.
생산기반의 척도라고 말할 수 있는 직기 수는 98년 6만여 대에서 현재 1만5천여 대로 줄었다.
때문에 대구경북지역 섬유산업 생산액은 2000년 10조5천210억 원을 정점으로 2002년 8조3천420억 원, 2003년 7조3천970억 원으로 감소했다
종사자 수 또한 1998년 8만6천324명에서 2003년 6만8천264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업계는 지역경제 불황은 지역섬유산업 붕괴에 기인한 것이고 고용창출력을 감안하면 반드시 섬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 섬유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 선진국들은 바로 섬유선진국이기 때문에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으려면 섬유산업은 놓칠 수 없다는 것.
현재의 위기는 범용품 위주의 저부가가치 생산시스템 때문으로 이른 시간 내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생산기반의 붕괴로 더 이상 회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어 인위적인 구조혁신이 필요하며, 섬유특별법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주요내용은
지난주 발표된 섬유특별법 시안의 골자는 △섬유클러스터 육성 5개년 계획 수립 △섬유클러스터 청 설립 △섬유전문투자조합 결성 △기타 지원책 등이다.
밀라노 프로젝트와 유사한 지역섬유 육성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섬유클러스터 청은 부시장급의 청장을 중심으로 시 공무원, 조합, 협회, 섬유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기구로 만들어진다.
또 재원 조달을 위해 투자조합을 설립하고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조세 감면, 금융지원, 기금 마련 등 각종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특별법에 '클러스터'를 붙인 이유는 주요 생산기반이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이디어는 최근 일본 최대 섬유회사인 도레이사가 70여 협력업체를 하나의 기업군으로 만들어 산업연관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에서 착안됐다.
원사부터 제직, 염색까지 국내 섬유생산의 70% 이상이 지역에 모여 있으므로 이를 연계해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법안을 기획한 김만제 이사장은 "지역섬유산업은 여전히 지역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며 "이번 법안은 살릴 기업은 키우고 경쟁력이 약한 기업은 도태시켜 섬유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 목표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