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대학들 분규 원인과 입장

연초부터 일기 시작한 대구·경북권 대학들의 분규가 해결기미가 보이기는커녕 날로 격화되고 있다.

7월부터 수시 모집에 들어가는 입시일정 때문에 재단과 총장퇴진 문제가 걸려 있는 일부 대학들의 경우 분규가 지속되면 학사일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지역 대학들의 분규원인은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단이나 대학본부 측의 비리나 편법·부당운영, 직원비하 및 성희롱을 문제삼아 재단, 총·학장 퇴출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학교마다 잠재된 문제가 있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위기의식이 분규를 촉발시킨 측면도 강하다.

한 교수협의회(교수협) 의장은 "사학운영의 고질적인 병폐도 있지만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분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에 따른 위기의식이 분규를 촉발시킨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장퇴진 문제가 걸려 있는 대구대의 경우 구성원들에 따라 다소 입장차가 있다. 교직원노조 한 관계자는 "속내를 들여다 보면 노조는 직원비하와 성희롱 문제가, 교수사회는 세력 간 파워게임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교수협이 노조 및 학생들과 행보를 같이하고 있지만 지난 총장 때부터 입장을 달리하기 시작한 교수진영 간 알력이 교수들을 들고 일어나게 한 원인으로 본다"고 밝혔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이재규 대구대 총장의 입지는 좁다. 이 총장을 지지하는 교수들도 있지만 노조와 총학생회는 물론 교수협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상당수 교수들로부터 포위돼 있는 상황이다. 사태진전의 분수령은 법인 자체 감사보고서 공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및 교수회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결과 해외출장이나 발전기금 관리, 계약업무 등에서 상당 부분 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결과는 최근 대학본부에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학본부 측은 이를 공개치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교수협은 '감사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서'를 대학본부에 전달, 조만간 감사결과가 공개될 예정이고 이사회도 감사 적발 사항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 측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총장이 이사 자격을 갖지 못하는 대학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 경쟁대학이나 일부 진영간 코드를 같이하는 인사들이 앉아 있는 이사회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결정을 내리지도, 학교발전에 관심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자신과 입장을 달리하는 교수협이 지난해부터 줄곧 흠집내기와 학교운영에 발목을 잡아왔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도 학교운영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대학은 정이사 체제 전환인 만큼 학교발전을 위해 시급히 재단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퇴임하더라도 재단정상화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구보건대는 교수협과 총학생회가 함께 학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13일부터 각종 집회를 열고 있는 이들은 학교 측이 공금 유용 및 연구비 착복, 건축비 의혹 등을 제기하며 검찰과 국회, 청와대 등에 진정서까지 냈다. 학과장 14명을 비롯한 교수협의회 소속 보직교수 25명이 집단 보직사퇴서를 제출, 분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보건대 측은 담화문 등을 통해 "학내문제를 외부로 들고 나가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교수협을 학교발전의 한 축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교수협 등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제기된 의혹과 학내문제는 교육부의 감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면서 "교육부 지적사항은 회계 상의 실수나 고의성이 없는 것들로 지적사항은 이미 환수조치하는 등 근본적인 비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대구보건대의 사태추이는 교육부 감사결과가 6월 중으로 나올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교수협과 학교 측의 대응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의 경우 최근 서울 행정법원이 임시이사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고 교육부가 이에 불복할 것으로 알려져 임시이사와 구재단이 양립하는 형국으로 복잡한 상황이다. 또 이 대학이 지난 1월 6명의 교수들을 해직한 데 대해 교육부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16일 부당하다는 판결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홍이 더 격화될 수도 있다.

김진규 교수협 의장의 해고가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는 계명문화대는 6월 15일 이전에 교육부의 소청심사위원회가 복직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이에 따라 분규상황의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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