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교육-미국의 특수고 교육방식

한국에서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가 명문대 입학을 향한 지름길로 인식되듯 미국에서도 수학'과학 특수고등학교는 100%에 가까운 명문대 진학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수고의 신입생 선발은 마치 대입시험을 방불케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이 대열 속에 한국인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미국 유학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미국 거주 한국 학생들도 명문대 진학을 위해 특수고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특수고 진학을 위한 '한국식 과외학원'이 미주 한인과 동양인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들 특수고의 한국 학생 비율은 평균 5%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의 특수고와 미국의 특수고 모두 명문대 진학을 노린 학생들로 가득하지만 교육방식에는 차이가 크다. 한국의 학생들이 입시에 치여 수능점수와 내신에 매달리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교육과정의 시작과 끝이 '탐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과학영재의 산실로 불리는 뉴욕 브롱스과학고에서는 수업이 교과서 없이 운영된다. 교사가 던진 질문에 대해 실험하고, 연구하고 그 결과를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이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획일적인 교과서에 얽매여 무조건 외우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이해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탐구과정을 중시하는 것이다.

또 이들 특수고는 대부분 대학처럼 자신이 원하는 수업만을 골라 수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졸업에 필요한 최소 학점을 원하는 시기에 이수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한 것. 대신 이들은 프로젝트형 과제 수행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검증받게 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많게는 100여 종류의 수업을 개설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대학과의 연계 수강도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들의 교육은 '1%의 영재'에 맞춰져 있다. 진짜 수학자, 과학자처럼 사고하고 탐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 미국의 앞날을 책임질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내신성적에 불리하다고 자퇴서를 내는 학생에다, 늘 '탐구하는 인재 양성'이라는 본래 목적에 벗어난 입시 교육으로 '특목고 정상화'라는 포화에 시달리는 우리의 영재교육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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