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 길을 묻는다-박민우 셜대학원 원장

대구과학고 졸업 후 서울대 건축과 입학, 대학에서 투자연구회 회장 하면서 3인 공저로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 출판,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귀향해 남의 사무실 한쪽에 책상 하나 컴퓨터 하나로 창업 모색, 친구 한 명 후배 한 명과 함께 2003년 학원 시작.

박민우(28) 셜대학원 원장의 이력은 특이하지만 '잘 알고, 잘 할 수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자는 원칙은 일관돼 있다. '학원 강사 하려고 서울대 갔느냐'는 주위 핀잔에도 안정되고 보장된 미래보다 치열한 삶을 원한다는 패기는 잃지 않았다. 과학 공부라면 어려서부터 지긋지긋하게 했지만 지금도 과학이 재미있다며 학생들에게 과학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는 그에게 물었다.

-과학이란 어떤 학문이라고 생각하나.

△ 과학은 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에서 비롯된 학문이다. 눈에 보이는 우주와 생물과 현상 등 모든 것에 대한 궁금함이 과학의 시작이다. 흔히 물리는 수학을 잘 해야 하고, 생물은 암기 과목이라는 말을 하는데 잘못된 선입견이다. 하나의 물리적 현상을 언어로 표현하려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수학을 이용해 간결하게 표현할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과학은 어렵거나 따분하다고들 하는데.

△누구나 어려서부터 주위 사물과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보인다. 이것을 깨닫고 점차 더 어려운 내용들을 배우는 즐거움을 가르쳐줘야 하는데 과학이 너무 점수화, 입시화하다 보니 문제가 많다. 초등학교 때는 백과사전이나 과학책 읽기에 빠져 지내다가도 중학교 들어가서 시험 공부 하다 보면 이내 과학에 흥미를 잃고 마는 것이다.

-시험 공부는 불가피하지 않은가.

△시험을 잘 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그 내용에 대해 알았다고 할 수는 없다. 가령 순환 단원 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중학교 1학년생에게 '인간에게 순환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설명하게 하면 몇 마디 못 하고 더듬거린다. 성적을 위해서는 암기식, 문제풀이식 공부가 필요하지만 실제 생활 주위의 현상을 이해하거나 응용하는 측면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 원리도 이해하고 점수도 잘 받을 수는 없나.

△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근원적 이해 중심의 공부를 해야 한다. 먼저 과학 책에 나오는 몇 줄의 내용이나 공식은 그저 외워치울 내용이 아니라 역사 속의 수많은 천재들이 땀을 흘린 결정체라는 사실을 느끼고 감동할 수 있어야 한다. 원리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다 보면 시험 문제는 사실 큰 힘 들이지 않고도 풀 수 있다. 식을 몰라도 물리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는 건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학교든 학원이든 원리 중심의 수업을 하지 않나.

△모두들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어떤 원리나 '빛' 같은 하나의 단어만 던져줘도 술술 이야기가 나오도록 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학원을 하면서 보니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육과정은 크게 달라진 게 없고 출제되는 문제, 학생들이 많이 틀리는 문제도 여전하다. 원리를 깨우친다며 별 의미 없는 실험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학에서는 실험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진정한 실험은 대학에 가서나 가능하다고 본다. 초'중'고교 단위의 실험은 요리와 다를 게 없다. 주어진 재료로 조리법에 따라 기계적으로 하는 실험은 기억에나 남을 뿐 이해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보다는 학생들의 뇌 뉴런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낫다. 지구의 판 구조를 알아본다며 이해도 못 할 실험을 하는 것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프로그램을 보고 감상문을 쓰는 게 더 효과적이다.

- 시중에 과학 관련 서적들이 유행인데.

△ 책을 읽는 건 좋지만 대부분이 뭔가 눈에 띄고, 특이하고, 대단한 것을 다룬다는 게 문제다. 사소해도 내 주위의 과학부터 알아가는 게 도움이 된다. 가령 고교 생물Ⅰ 교과서는 영양과 소화, 순환과 호흡, 배설, 유전 등 모두 인간의 신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초등학생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과학 공부에 대한 동기 유발을 위해서라면 이런 책이 훨씬 낫다.

-진로에 따라 필요한 과목만 공부하면 되지 않나.

△사람의 모든 생활 속에는 과학이 담겨 있다. 탐구하는 과정은 어느 학문에서든 요구되는 일이다. 사물과 현상을 냉철하게 보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과 생각하는 힘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 막연히 신뢰하면서도 근거 없는 속설에 휘둘리면서 산다. 합리적인 삶을 위해 과학 공부는 필수적이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이 있나.

△ 사람의 뇌는 쓰면 쓸수록 활성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뇌의 전 부분을 종합적으로 쓰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면 사고력은 저절로 키워진다. 여기에 주어진 문제를 반드시 풀겠다는 승부욕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 박민우 셜대학원 원장은 '빨리 잘 푸는' 식의 공부로는 과학이 계산이나 암기 과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학부모 입장에선 시험 성적 오르기만 재촉할 게 아니라 호기심을 해결하는 길을 가르쳐주고 깨닫는 즐거움을 갖도록 해 주는 것이 과학 공부를 도와주는 최선의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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