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당 손도 잡을 땐 잡아라'

열린우리당이 오늘 대구에서 '대구 사랑 모임'을 공식적으로 출범 시켰다. 24명의 여당 국회의원들이 결성한 이 모임에는 대구지역에서 투표로 뽑힌 국회의원은 한명도 없다. 대구 시민들이 한명도 안 뽑아줬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구로부터 소박(?)당한 여당 국회의원들이 속으로는 섭섭했었을 대구를 사랑하겠다며 모임 이름도 '대구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으로 지어 '사랑'에 나선 것이다.

모임 구성원도 여당의 중앙위원 등 거물급 실세 국회의원들이 주축으로 돼 있어 대구'경북의 정책지원이나 지역 개발, 예산지원 등으로 대구를 사랑하겠다는 모임의 취지가 풍선 띄워보기식 빈말은 아닐 것 같은 믿음도 엿보인다.

대구시민들로서는 표도 제대로 안줬던 여당사람들이 토라지지 않고 되레 사랑모임까지 만들어 찾아와 주었으니 기분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지금 이래저래 지하철, 공공기관 유치 등등 지역의 큰 현안들마다 이리 막히고 저리 걸려서 '제대로 풀리는게 없다'는 좌절감과 상실감이 번져 있는 마당에 여당 실세들이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대구를 돕겠다'고 자원했으니 정치적 정서야 어떻든 굳이 마다 할건 없겠다. 그런데 한쪽엔 그걸 고까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일부 한나라당쪽 사람들이 그런 모양이다.

솔직히 요즘 지역 출신 일부 한나라 의원들 면면을 쳐다보면 '저런 정도 인물들에게 몰표 찍어줬던가' 싶을 만큼 열정이나 추진력이 기대 이하다. 당장 한푼의 예산이 아쉬워 뻔질나게 서울행 KTX를 타고 오르내리고 있는 자치단체의 간부 공무원들조차 내년 예산 확보작업의 불똥이 떨어진 금쪽 같은 5월에 도대체 한나라당이 뭘 도와주고 해결해주고 있느냐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야당이 여당의 '사랑모임'발족을 시큰둥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쪽 사람들 입장에서야 열린우리당이 느닷없이 '대구사랑모임'이란 전차부대를 조직해 2007년 대선 전투에 대비한 교두보를 만들기위해 선심 보따리 앞세워 안방공격을 하는 '표밭다지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여지도 있을 순 있다.

그러나 이번 사랑모임이 사탕발림식 거짓 사랑으로 표나 얻어보겠다는 껍데기 전략이란 본색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때가서 시민들이 표로 심판하면 될 문제지 한나라당 소속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자기네 맘대로 지레 의심하고 내칠 일이 아니다.

정책 협의를 잘 해 보자는 사랑모임측의 제의에 대해 '한나라 중앙당과 조율해 봐야 된다'느니 '형식적이거나 정치적 성격이 있다면 거절하겠다'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온당치 못하다. 고양이 손도 빌려야할 다급한 판국에 여당의 손길이라고 해서 잡아 보기도 전에 뿌리치려는 것은 지역 발전과 시민 이익보다는 다음 공천 영향권을 쥔 당쪽에 의리나 충성심을 더 신경 쓰는 눈치보기와 보신주의다. 열린우리당의 사랑모임 행보를 당리당략으로만 본다면 여당이 협력 제안을 해오는데도 지역 살림이야 쪼들리든 말든 거부하고 소속 야당쪽의 입장과 눈치나 고려하는 것이야 말로 더 질나쁜 당리당략이다. 대구사랑이 표밭만 다지려는 사탕발림 속임수인지 지역을 진심으로 돕고싶어서 나선 사랑인지는 1년만 지나보면 당장 드러난다.

대구 시민들은 '못먹어도 고(Go)'하는 고집은 있을지 몰라도 정치 감각이 자라등 같이 마냥 굳어있는 못난 골통은 아니다. 얻을 것 다 얻고 도움 받을 것 다 받고도 정치적 판단으로 볼때 대선때 가서도 제대로 성숙되지 못한 정권이라면 계속 표 안 줄 것이고 건실하게 변화되고 이젠 믿을만한 정권이 됐다 싶으면 한나라당 출신 다 쫓아내고 열린우리당 일색으로 몰표 줄수 있는 화끈한 기질도 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경제 회생과 지방분권 발전을 위하겠다는 여당의 지원을 시민들 생각을 밀치고 나서서 자기들 짐작대로 전략이다, 선거용이다 자의적으로 재단해 앞장서 막아버리는 일부 야당 단체장들의 독단과 보신주의는 비판 받아야 한다.

이번 열린우리당의 사랑모임에 대한 시민들의 정서와 생각을 더 깊이 짚어 본 뒤에 대응하되 지역발전을 이끌어가야할 위치에 있는 단체장으로서는 지역개발을 위해서는 거꾸로 시민정서를 설득해서라도 여당 협조를 이끌어 내야할 CEO의 처지인 점도 유념해야 한다. 곱잖은 여당이라도 어쩌다 정말 잘해보겠다고 하는 일이다 싶을땐 일단 같이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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