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돈이 돈을 번다'고 한다. '어떤 수준'까지 모을 때가 힘들지, 어느 정도 모이면 그 다음부터는 돈이 내리막길의 눈덩이와도 같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있는 사람이 더 하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을 빗댄 말들이 아닐 수 없다. 빈부 격차는 사람 사는 곳이면 있게 마련이다. 투자할 돈이 없으면 돌아올 게 없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면 일방적인 '부의 집중'과 상대적인 '박탈감'을 방관할 수만 있을까.
◇ 도시 근로자 가구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근로 소득과 소비 지출 증가율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올해 1/4분기 소득 격차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2년 이래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돼 걱정이 태산이다. 근로자의 소득이 좀체 늘어나지 않고, 소비도 계속 위축돼 경기 회복이 멀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은 277만6천900원으로 지난해보다 2.4% 늘어나는 데 그쳐 1999년 2/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비 지출도 224만4천 원으로 지난해보다 고작 4.5%가 늘어나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도시의 적자 가구는 26.3%, 소득 하위 30% 중 적자 가구는 무려 43.0%에 이르는 형편이다.
◇ 이 같은 소득 격차의 확대는 우리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고착시킬 우려가 커지게 한다. 더구나 이 현상은 계층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사회 통합을 어렵게 만들고, 저소득층 증가로 이어져 사회 안정을 위협할 건 뻔한 일이다. 저소득층이 안정된 소득을 얻도록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뜨거운 감자'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언제까지 뒷짐을 진 채 땜질만 하려는 건지….
◇ 소득 격차만이 '부의 불평등'을 부른다고 할 수 없을는지 모른다. 일차적으로 고소득'저소득 근로자 사이의 임금 격차에서 비롯된다고 하더라도 임금'이자 같은 소득 뿐 아니라 자산 격차도 알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념 등 온갖 이슈를 놓고 갈갈이 찢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갈등의 골이 돈 때문에 더 깊어지지 않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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