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안목(眼目)

대구에서 손쉽게 가볼 만한 곳을 꼽으라면, 우선 월드컵경기장과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가 먼저 떠오른다.

월드컵경기장은 웅장하면서도 주변 경관과 잘 조화되고, 기능적으로도 치밀하게 설계된 아름다운 공간이다.

반면, 갓바위는 통일신라시대에 관봉 정상의 암석을 불상으로 조각하여 자연을 성화(聖化)시킨 유서 깊은 보물이다.

둘 다 대구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한번쯤 짬을 내 둘러보고 가라고 권할 만한 대구의 자랑이다

그런데 월드컵경기장과 갓바위를 찾을 때마다 한편으로 아쉬움 또는 씁쓸함을 갖게 된다.

월드컵경기장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한 체육시설인 만큼, 그 주인인 시민들이 최대한 많이 이용함이 마땅하다.

조성단계에서 미리 월드컵대회 이후의 활용방안을 충분히 고려하였더라면 이 멋진 시설물이 월드컵 4강의 상징물이 아니라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생활공간이 되었을 텐데….

갓바위도 마찬가지다.

천년 전 석공이 화강석에 아로새긴 염원과 심미안을 헤아려는 보았는지! 온통 콘크리트로 도배해 참배단을 만들고, 여래상 정면에는 공양물을 접수하는 조잡한 구조물까지 설치해 놓았다.

멀리서 참배하고, 가까이 다가서서는 그저 바라보다, 지나가면서 기도하면 그 기도를 들어주지 않을까봐 그랬을까. 부처님은 관세음(觀世音)이라 하던데…. 돌이킬 수 없는 훼손에 사라져버린 성스러움과 천혜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던 아름다움은 이제 어디서 찾을까.

세계문화유산 1호인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지붕에는 기원전 440년경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조각한 아테나여신상이 있다.

페이디아스가 이 걸작을 완성하고 아테네의 재무관에게 비용을 청구하자 재무관은 "조각상은 앞면밖에 볼 수 없는데 전체 작업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며 작품료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대해 페이디아스는 "그렇지 않다.

신들이 조각 뒷면을 모두 보고 있다"고 대꾸하였다고 한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공공시설물을 기획하거나 한번 훼손하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유적이나 유물을 관리하는 모든 분들이 페이디아스와 같은 원대한 안목(眼目)을 가졌으면 좋겠다.

대구공정거래사무소 가맹사업거래과장 최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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