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른들 생신이야 자식들이 다 모일 수 있는 주말 아니겠니?"
친정어머니 생신이 다가오는데 음식은 무얼 할까, 선물은 뭐가 좋을까 조언을 구했더니 선배는 주말에 용돈이나 좀 두둑이 넣어 다녀오란다. 요즘 어른들 가장 좋아하는 것이 현금이니 '쓸데없이' 선물 사느라 골머리 아프지 말라는 충고까지. 그래야 센스 있는 자식이라는 소릴 듣는다나.
그런데 나는 '센스'가 없는 모양이다. 얼마 전 딸 시집보내느라 신경을 많이 쓰신 탓인지 갑자기 늙어 버리신 것 같은 어머니. 위로 셋 보내고 하나 남은 딸 옆에 끼고 계시다 멀리 보내시더니. '탐미주의자'라는 별명을 붙여드릴 정도로 자신을 가꾸시는데 열심이셨는데. 같이 다니면 늘 '언니'냐는 물음에 괜히 내 어깨가 으쓱하곤 했는데…. 세월이 문득 어머니를 비켜간 것을 깨달은 것일까?
이제는 어머니랑 가면 언니냐고 묻는 사람보다는 며느리냐 묻는 사람이 더 많다. 딸이라고 하면 딸이 하도 깍듯이 존댓말을 써서 며느린 줄 알았다면서 묻는다. '어머니가 그렇게 어려우세요?' 어머니와 전화 통화하는 것을 본 사람들도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시어머닌갑네? 하이고, 어찌 그리 공손한지. 말투도 그렇지만 눈앞에 있는 듯…. 하긴 시어머니야 어렵지.' 친정어머니라 말하면 모두 놀란다. '친정 어머니가 그렇게 어려워서 어째?'하면서. 나는 어머니가 어렵지 않다. 친구 같고 언니 같은 어머니이지만 내 마음 속 가장 존경하는 분에 대한 내 마음을 그렇게 말로 행동으로 표현할 뿐이다. 너무 사랑하므로 귀하고 소중해서.
화장품 가게에 들러 제일(?) 좋다는 팩을 하나 사고 너비아니를 준비해두고 전화를 드렸다. '모시러 갈게요.' 아이들이 받은 상장들을 보시고 기뻐하시고, 작은 아이가 열중해 있는 리코더와 바이올린 연주 들으시며 우리들 키우실 때처럼, 손녀들 자라는 모습에 기뻐하시라고. 이리저리 기대 앉고 드러누워 얽히고 설켜 드라마도 같이 보려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당신 집 부엌이 아니니 뭐라도 하시겠다고, 양념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당신이 하겠다, 고집부리지 않고 편안하게 앉아 생신 상 받으셨음 하는 마음에.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소고기 부채살 500g, 무절임(정육점에서 얻어 옴), 오이 1개, 깻잎 1묶음, 대파 1대, 배 1/2개, 다진 잣 약간, 양념장(진간장 4큰술, 다진 마늘 2작은술, 다진 파 1/2큰술, 양파즙 2큰술, 배즙 2큰술, 청주 1큰술, 설탕 1큰술, 꿀 1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추 약간)
◇만들기=①고기는 너비아니용으로 잘라달라고 해 한 장씩 펼친 상태에서 준비한 양념장을 발라 하루 정도 재워 둔다. ②대파는 채쳐 얼음물에 담가두고, 깻잎도 아주 얇게 채친다. ③오이는 5㎝ 길이로 자른 뒤 돌려 깎기 하여 껍질 부분만 채 친다. ④배도 적당한 크기로 채치고, 무절임도 배 크기와 비슷하게 채 친다. ⑤고기는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두 장씩 놓고 한 번씩만 뒤집어 구워낸다. 양념이 있어 잘 타므로 자주 팬을 닦아내면서 굽는다.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하고 식어도 괜찮으므로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⑥큰 접시 가운데 오이, 무절임, 배, 파, 깻잎을 놓고 구운 고기를 가장자리에 놓은 뒤 다진 잣을 뿌려 준다. ⑦개인접시를 준비해 고기위에 야채를 얹어 돌돌 말아 싸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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