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체 통증 조영희씨
"조금만 늦었서도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갔을 텐데 제때 잘 찾아왔어요."
이종균 닥터굿클리닉 운동사의 첫마디에 건강이벤트 참가자 조영희(57)씨는 순간 얼굴에 생기가 돈다. 이 운동사의 설명이 이어지는 내내 조씨는 안도의 한숨을 여러 차례 내쉰다.
조씨는 8년 전 우연히 부인의 성화에 못이겨 앞산에 따라갔다. 그때 예기치 않게 알게 된 산행의 상쾌함. 조씨는 이후 그 느낌을 좇아 계속 산을 찾았다. "매번 올라갈 때는 힘들어도 정상에 섰을 때의 쾌감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주말이면 집에 머물 겨를도 없이 등산화를 동여맸다. 경조사가 있을 때도 조씨의 산행은 그치질 않았다. 산행을 즐기다 보니 자연히 동우회도 2개씩이나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 산에 가자고 졸라대던 부인도 "이젠 나보다 더하네, 더해"라며 잔소리를 할 정도다.
그러던 조씨에게 지난 2002년 12월 고통이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강원도를 찾았다. 그날은 왠지 산행이 무척이나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도포기할 수 없었던 조씨는 이를 악물고 좁다란 산길을 디디고 또 디뎠다. 6시간 넘게 이어진 무리한 산행의 여파는 저녁 모임에서 드러났다. 1시간가량 양반 자세로 앉아 있다 일어나는 순간, 갑자기 오른쪽 고관절 부위가 찌를 듯이 아파왔다. 잠시 동안 주저앉아 꼼짝도 못할 만큼 통증은 심했다.
그날 이후 조씨는 통증과 지긋지긋한 싸움을 치러야만 했다. 한동안 참을 만하던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조씨를 조여왔다. 잠을 자다가도 오른쪽으로 잘못 돌려 눕는 날이면 새벽 내내 뜬눈으로 보내야만 했다. 정형외과를 찾아 MRI 촬영도 해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에 조씨는 답답하기만 했다.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통증클리닉도 기웃거렸지만 통증은 좀체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허벅지까지 당겨올 정도로 진행됐다. 그러던 중 매일신문의 건강이벤트 기사를 접하게 됐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낫는다는 기사를 눈여겨보던 조씨는 모집 공고를 보자마자 이벤트를 신청한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가하게 된 조씨는 "완치시킬 수 있다"는 이 운동사의 말이 너무나 반가울 수밖에 없다. "어디를 가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어 답답하기만 했는데 이제 비로소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네요"라며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이 운동사는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조씨의 오른쪽 히프 조인트가 계속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히프 외회전근육이 너무 긴장하고 있어 히프 조인트 안쪽에 자꾸 충돌이 생긴다는 것. 그로 인해 안쪽 사타구니 쪽에 통증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이 운동사는 "이를 계속 놔두었을 경우 관절에 퇴행적 변화가 급격히 심해져 치료가 어려운 상태까지 간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씨의 경우는 그 상태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운동으로 완치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 치료 불가 이행웅씨
건강이벤트의 또 다른 참가자인 이행웅(59)씨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조영희씨와는 달리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2주 동안 누구 못지 않게 운동 프로그램에 애착을 보인 이씨로서는 실망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종균 운동사도 처음부터 힘들 거라는 것을 예상했다곤 하지만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4개월가량 건강이벤트를 하는 동안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 좌절감까지 맛봤단다. 이 운동사는 "운동 프로그램에도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어느 한도가 넘기 전에 치료를 해줘야 하는데…"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씨는 30년 넘게 테니스 라켓을 잡아온 테니스 마니아. 본인 스스로 "테니스에 미쳐 있다"고 인정할 만큼 하루라도 라켓을 쥐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평소 집안일은 내팽개치고 운동에만 빠져 있다 보니 부인의 잔소리도 귀 따갑도록 듣는다. 그래도 매일 새벽같이 라켓을 들고 집 근처에 있는 대구시민 운동장 테니스장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한때는 부인이 집을 옮기자고 조르는데도 테니스장이 근처에 있는 지금의 집을 고수했을 정도다.
그렇게 테니스에 몸을 혹사하다보니 15년 전부터 몸에 하나 둘 이상이 생겼다.
처음에는 허리가 뻐근하고 저리더니 이내 오른쪽 엉치도 아파왔다. 지난해에는 오십견, 팔뚝 근육 파열까지 왔다. 그동안 여러 병원에서 한결같이 "척추가 많이 휘어져 있고 퇴행도 심하다"라는 경고를 받았는데도 조씨는 라켓 쥐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이유인즉 테니스 칠 때면 무엇보다 행복하다는 것.
이 운동사는 "이씨의 척추 2~5번에 퇴행적 변화가 심하고 S자 커브의 요추 부분이 I자로 바뀌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디스크 공간이 좁아 숙이고 젖히는 동작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이로 인해 아무리 운동치료를 해도 관절이 허용하는 정상적인 각도가 나오질 않는다는 게 이 운동사의 설명이다.
이씨는 이 운동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 전까지 신문에 건강이벤트 기사 나온 거 모두 다 스크랩해놓으며 기대에 부풀었는데…."이씨는 그저 나지막이 말을 이을 뿐이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 이종균 닥터굿클리닉 운동사가 조영희씨에게 모형으로 조씨의 히프 조인트가 계속 충돌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사진 왼쪽) 이행웅씨가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후, 자신의 척추 엑스레이를 보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알림: 마라톤이나 수영, 인라인스케이팅 등 운동으로 인해 심한 신체 손상을 당하신 분들을 모집합니다.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은 자신의 신상(성명'나이'성별'주소'직업'연락처 등)과 증상을 구체적으로 적어 이메일 apolonj@imae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 문의: 스포츠생활부 053)251-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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