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텝포드 와이프'

경남의 한 목사는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할 것을 제안하여, 부부관계의 소중함과 화목한 가정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이 하나 된다는 의미로, 2 + 1 인 21일로 정했다고 한다.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는 부부 문제를 훈계나 설교식 계몽이 아니라, 코믹 터치로 그리고 있다. 부부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으며, 상대방에 대한 헌신과 사랑만이 소중한 인연을 유지시켜 줄 것이라는 메시지다.

조안나는 방송국의 성공한 CEO이다. 그녀가 제작한 부부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여성성에 반기를 든, 여성의 자유 의지를 중시하는 내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그녀가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안, 남편과 아이들은 힘겨웠다. 남편은 부부관계를 갖지 못한 지 1년이 되어 가고, 아이들에게'엄마는 오늘도 늦을 거야'라고 달래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안나는 갑작스런 추락을 맞이한다. 조안나의 방송 관련 사고로, 사회적 파장을 우려한 회사는 그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며 해고시킨다. 실의에 빠진 아내를 안쓰럽게 여긴 남편은 현실을 정리하고 한적한 동네로 이사한다.

'스텝포드'라는 이곳은 이상한 동네였다. 인형처럼 아름답고, 상냥한 말씨로 남편을 정중하게 섬기는 부인들은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다.

남성들의 천국 같은 이런 완벽한 동네가 어디 또 있을까. 이 모든 것은 상처받은 한 천재 여성의 망상에서 비롯된 우스꽝스런 인조인간 세상이었다. 뇌수술 전문 의사이자 유전공학 박사였던 웰링턴 부인은 사회적으로 유능한 여성이었다. 어느 날, 자신의 젊은 조교와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남편의 애정 결핍에 시달리던 그녀가 고안한 희한한 프로젝트가 바로 '스텝포드 와이프'들이었다.

다른 여자에게 눈 돌리지 않고 자기만을 사랑해주며, 완벽한 능력을 갖춘 남자 로봇을 만들어 그의 그늘 아래서 귀여운 여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 또한 마을의 부인들의 두뇌에 마이크로 칩을 주입시켜 순종'복종'희생'봉사'정숙'조신 등의 수동적인 모습을 입력시킨 것이다. 인간을 능가하는 정교한 로봇을 만들었지만, 불안감이나 사랑의 강약을 모르는 로봇이 어떻게 인간 남자를 대체할 수 있겠는가.

남성과 여성을 기본 단위로 형성된 부부간에는 여러 종류의 갈등이 닥친다. 영화에서는 남성에게 봉사하는 여성, 남자에게 의존적인 여성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이트는 여자 아이가 세 살 가량 되면, 자신은 음경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남자에 대한 열등감을 갖게 되고, 남근을 가졌으면 하고 부러워하는데, 이것을 '남근 선망(penis envy)' 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여성이 남성적 속성을 가지고 싶어 한다고 부당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만든 남성 우월적인 개념이라고 많은 페미니스트들의 반발을 샀다. 어쨌든 남녀 간의 갈등과 힘겨루기는 오이디푸스기(4~6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뿌리 깊은 문제로, 그만큼 해결도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 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맨다/ 가끔 전기가 나가도 좋았다. 우리는."

시인 박라연의 '서울에 사는 평강 공주'라는 시다. 산동네에서 어렵게 사는 신혼부부이지만, 원망하거나 싸우지 않고, 현실에 의해 훼손되지 않는 사랑을 지키며, 부부의 사랑은 오히려 현실을 굴복시키는 힘을 가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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