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기자의 의료이야기-(34)호통치는 의사 인기 없다

얼마 전 40대 초반의 한 남자가 비뇨기과 전문의를 소개해 달라며 기자에게 전화 연락을 했다. 심각한 질환인가 싶어 무슨 병을 앓고 있느냐고 물었다. 가까운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요도염이란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그럼 그곳에서 치료 받으면 될 것인데 왜 다른 의사를 찾느냐고 되물었다. 그 남자는 "부인을 함께 데려와서 치료 받아라"며 의사가 마치 환자를 죄인 다루듯 해서 모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외도'로 빚어진 일이라고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환자를 면박주면 겁이 나서 어떻게 부인을 데리고 오겠느냐는 것이 그 남자의 하소연이었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30대 후반의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을 받기 위해 모 대학병원 외과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그 여성은 교수로부터 "왜 이런 상태가 되도록 방치하고 이제야 병원에 왔느냐"고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가뜩이나 겁에 질린 환자에게 호통을 치는 바람에 수치심을 느꼈다. 아무리 유방암 분야에서 유명한 의사라고 하지만 그 사람에게선 수술받기 싫다"며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들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그녀는 다른 곳에서 수술 받았으며, 그곳의 진료과정이나 수술 결과에 대해 만족해했다.

기자가 독자들에게 받는 전화의 상당 부분은 이처럼 권위의식에 빠져 있거나, 환자에게 면박을 주는 의사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30대 의사가 70대 할아버지에게 반말 투로 문진한다는 불만, 환자가 질문하면 들은 척 만 척하는 의사, 어려운 의학용어를 사용해 환자가 알아듣지도 못하게 설명하는 의사 등등.

얼마 전 모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의료계에 바란다'란 특집 코너를 마련했었다. 당시 방송국에 보낸 400여 건의 제보 가운데 가장 큰 불만은 '의료인들의 권위의식'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방송에 소개된 사연에 따르면 "10년은 어려 보이는 의사가 다리를 꼬고 앉아 반말을 하고 질환이나 수술 후유증에 대해 잘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식의 불만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또 산부인과의 경우 과거 중절 수술에 대한 면박성 질문이나 "나체의 산모 앞에서 여러 명의 의사들이 농담, 수치심을 느꼈다"는 사연도 적지 않았다는 것.

물론 대부분 의사들은 환자들을 이런 식으로 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이런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이 문제다.

환자, 소비자의 권리는 높아지고 있다. 누가 권리를 찾아서 준 것이 아니다. 그들의 의식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엔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선생님', '원장님'으로 존경을 받았고, 환자들은 불만스러워도 참아왔다. 이젠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바로 옆 병원으로 옮겨갈 것이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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