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경찰관 아저씨들의 얼굴만 봐도 괜히 불안했는데 명예담임선생님과 자주 어울리다보니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지난 7일 의성경찰서 중앙지구대 최용환 경장은 한 통의 반가운 e-메일을 받았다. '제자'인 의성중 2학년 1반 김태경(15)군이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잘 다녀왔다'는 안부 편지를 보내온 것.
최 경장 등 중앙지구대 직원 12명은 지난달 14일 '선생님'이 됐다. 물론 정식 교사는 아니지만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는 책임지고 해결해 학생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최 경장은 "순찰근무 중 시내버스가 끊기거나 차 시간을 오래 기다려야하는 학생들을 순찰차로 귀가시킨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 일이 있고 난 뒤에 사제간의 정이 더 두터워진 것 같다"며 웃었다.
명예담임교사들은 학생들과 수시로 e-메일도 주고받는다. 내용은 안부에서부터 개인신상 문제 등 학교와 가정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고민들.
명예담임교사들은 또 일주일에 한 번 교실에 들어가 종례를 주재하고 있으며 중간고사를 앞두고는 자기 반 학생들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 격려하기도 했다. 수학여행을 떠나던 날에는 순찰차로 학생들을 배웅했으며 일주일에 한 번 교사들과 함께 오락실, 학원가 등을 돌며 학생 교외지도에 나서 무단결석, 가출 학생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스승의 날'을 기념해 열린 체육대회에서는 교사,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어울려 마라톤과 소프트볼을 즐기며 사제간의 정을 두텁게 쌓았다.
중앙지구대 직원들의 명예담임교사 위촉은 이 학교 김영구(54) 교감과 윤기웅(38) 중앙지구대장의 합작품. 의성중 사제지간인 두 사람은 지난 3월 말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진회 문제와 학교 폭력 문제 등을 협의하다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지구대 직원들이 적임자라고 판단, 명예교사로 임명했다는 것.
윤기웅 중앙지구대장은 "순찰활동과 명예담임교사를 병행하게 돼 어려움이 적진 않지만 심각한 청소년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기풍을 조성한다는 보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예담임교사가 부임한 지 40일이 지나면서 학교측과 학생,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교내 폭력과 '왕따', 결손가정 학생들의 무단결석·가출 문제 등 그동안 적잖게 골머리를 앓아왔던 고민들이 거의 해결됐다며 반겼다.
김영구 교감은 "학교 폭력은 어느 학교이건 안고 있는 골치 아픈 문제지만 우리 학교는 명예담임교사 위촉 후 대부분 근절됐다"며 "학생들의 방과후 교외생활도 몰라보게 달라져 학부모들의 반응이 의외로 뜨겁다"고 학교 안밖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3학년4반 김대곤 담임교사는 "종전에는 교실 분위기가 어수선했으나 최근에는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많이 순화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특히 교내에서 '짱'으로 불리는 학생들의 행동이 종전과 달리 크게 위축돼 있다"고 귀띔했다.
또 김정희(여·45) 학부모회장은 "아이들의 방과 후 가정생활이 많이 밝아졌고 학원 등 교외생활에서도 자신감이 넘처나는 것을 엿볼 수 있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여중 등으로 확대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의성경찰서는 명예담임교사제가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호응이 높자 6월부터 봉양과 안계·금성지구대로 확대하기로 하고 학교 측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사진 : 학생들과 상담을 벌이고 있는 최경환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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