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경남 함양의 용추계곡과 상림을 다녀온 덕분이라 기억된다.
용추계곡의 시원함을 이미 맛본 친구의 인도로 그곳으로 향했다. 굽이굽이 산길을 들어서 계곡에 다가갈 무렵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위로 올라가면 더욱 좋은 볼거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늘어선 차량 행렬 뒤에 줄을 섰다. 영문도 모른 채 가다 서다 반복하길 한 시간쯤. 지쳐갈 무렵 길이 열렸는데 이상한 것은 차들이 모두 되돌아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이유인즉 주된 계곡은 이미 아래에 있는데 모두들 더 좋은 계곡을 찾아 잘못 올라온 차량이었던 것이다. 허무함이 밀려왔다. 용추계곡을 처음 찾는 이들은 이 점을 꼭 기억해둬야 할 듯하다.
1시간 가량 올라온 길을 5분여만에 내려갔다. 잘못된 길 안내와 차량 통제에 잠시 울컥하려다 우린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로 했다. 시원한 폭포 소리 듣기, 폭포수에 발 담그기.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투둑투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집으로 돌아와야 하건만 우리는 상림으로 향했다. 몇 해 전에 가 본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했다는 숲. 우리나라 인공림 가운데서 가장 오래됐다는 숲. 울창한 나무와 어린 나무가 어울려 숲은 다양한 푸름을 선사하고 있었다. '함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곁에 두고 있으니.' 천년 세월을 이어져 온 길과 나무들 사이를 걷는 기분 또한 일품이었다.
온전한 숲을 보려면 밖에서 보아야 하는 법. 잠시 숲속을 벗어났다. 바람에 일렁이는 푸른 빛.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오히려 운치를 더해 주었다. 숲과 연결된 산책로 옆으로 연밭이 펼쳐졌다. 드문드문 남아 있는 꽃줄기가 푸른 호수에 앉은 흰 새 같았다. 빗물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커다란 연잎은 맑고 건강했다.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것은 마음에 담아야겠구나. 어쩌면 눈을 감고 마음에 오롯이 담아 가는 것이 더 나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 날의 맑고 차분한 풍경은 아직도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지금 또 상상해 본다. 상림을 가득 메운 5월의 초록, 곧 피어날 연꽃 물결.
100년만에 찾아 온다는 올 여름 무더위를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원함을 찾아 어디론가 잠시 떠날 계획을 세운다면 생각만 해도 좋은 그곳, 용추 계곡과 상림을 다시 찾아가련다. 민정미(학원 강사)
사진 : 지난해 여름 밀리는 길에다 비까지 내려 고생했지만 용추계곡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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