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특별법 어떻게?-(3)산적한 걸림돌

섬유클러스터 선진화 특별법의 큰 그림은 나왔지만 입법까지 넘어야 할 고비는 많다. 타지역 및 타산업과의 형평성 문제, WTO규정 위배 여부, 재원 조달방안, 선도기업 선정방안, 업계 내부 마찰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 내부에서도 법 제정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형평성 논란

특별법 입법 초기부터 형평성 논란은 예견됐다. 타업종에선 섬유산업만 '특별대우' 받는 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른 지역 섬유업계 반발도 예상된다. 1999년 밀라노프로젝트를 추진할 당시에도 수도권 섬유업계를 중심으로 방해를 한 적이 있다.

섬유에 대한 부정적 여론 또한 걸림돌이다. 계속되는 지원에도 변하지 않는 섬유산업에 지역민들은 비판적이다.

하지만 입법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형평성 논란 이전에 지역섬유산업을 이대로 내버려 둬 방치할 것인가, 살릴 것인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라며 "업계 또한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타지역을 포용하기 위해 타지 섬유업체를 '협력 네트워크 대상 기업'으로 포함하는 조항을 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WTO규정을 어떻게 피하느냐도 관건이다. 1996년 당시 국회 섬유산업연구회와 대구시가 추진했던 '섬유산업 구조개선특별법'이 'WTO 보조금 금지협정' 때문에 2년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물거품이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재원조달은

이번 법이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것.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철저히 시장성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만 하겠다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지원' 방식이었다면 이번엔 '투자'방식을 택한 것.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섬유투자조합이다. 투자조합은 시장성 있고 경쟁력 갖춘 기업을 상대로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일종이다. 하지만 섬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엄존한 마당에 과연 어느 정도의 투자가 이뤄질지 의문도 적잖다.

때문에 먼저 국비와 시비 출연으로 종자돈을 마련한 뒤 기업 공개와 시장성 검토를 거친 선도기업에 대한 민간투자 유치에 노력한다는 게 추진주최측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기업들이 자기 희생을 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우선 요구된다. 곽성문 국회의원은 "선도기업에 선정될 만한 기업이라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먼저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누구만 살리나?

섬유클러스터의 핵심은 200∼300개의 선도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섬유클러스터 청을 만들어 선도기업을 심사, 평가하고 지원할 태세다. 지도력을 갖추기 위해 클러스터 청을 민관 합동기구로 만드는 방안은 여기에서 나왔다.

하지만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시장(마켓)이 아닌 기관이 가진다는 점과 탈락업체의 반발로 인한 잡음이 예상된다. 1996년 특별법 제정 추진 당시 시·도 지사가 생산량 조절 및 조업단축 명령권을 갖도록 해 논란을 일으켰던 과거도 상기된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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