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아줌마 정신

"고마워요. 덕분에 연락이 끊겨 보고 싶던 친구들의 전화를 생각지도 않게 많이 받았어요."

얼마 전 기사가 나간 '짠순이' 아줌마는 기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맞벌이를 하지만 점심까지 집에 와 챙겨 먹으며 아끼고 아껴 한 달 용돈 4만 원으로 지낸다는 아줌마였다.

아직 갚아야 할 부채가 남아있다는 이분은 '짠순이' 생활을 창피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당당하게 밝혔다. 그저 몸에 밴 자연스런 생활일 뿐이라고….

어디 이분뿐이랴. 아줌마의 절약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전기세를 아끼려고 쓰지 않는 전원 코드는 바로 빼놓고 방이 아주 어둡지 않는 한 전깃불도 꺼놓는다.

세탁기 돌린 물을 받아 걸레를 빨고 겨울에는 난방비를 아끼려고 두꺼운 누비버선을 신은 채 보일러를 끄고 냉방에서 지내는 생활도 마다 않는다. 남편, 아이들이 남긴 음식도 버리기 아까워 먹어 치우다 보니 늘어나는 것은 군살….

물론 이런 궁상맞은(?) 생활이 싫다는 아줌마들도 있다. 남은 음식 처리하다 늘어난 체중으로 성인병이 걸리면 치료비만 더 드니까. 운동, 문화강좌 등을 열심히 쫓아다니며 자신을 위한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결국 가족을 위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신세대형 아줌마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전자가 아닐까 싶다. 더구나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절엔 맞벌이를 하든, 남편 월급봉투만 바라보고 살든 자녀 교육시키며 가정을 건사하려면 '짠순이' 아줌마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가씨-옷을 입을 때 어떻게 하면 살이 더 많이 보일까 고민하고, 아줌마-어떻게 하면 살을 더 감출까 하고 고민한다. 아가씨-마음이 괴로우면 밤을 하얗게 새지만, 아줌마-마음이 괴로우면 '디비져' 잔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우스갯소리들마다 아줌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줌마가 가정을 경영하는 최고 CEO로서 개인 가정의 차원을 넘어 사회와 국가를 떠받쳐 온 밑거름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성계 일부에서는 가정의 달 5월의 마지막날인 31일을 '아줌마의 날'로 기념해 아줌마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들을 바꿔나가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우리 마누라는 집에서 밥만 축내고 있어." 이렇게 말하는 회사 동료에게 한 남성은 아내의 연봉이 1억 원이 넘는다고 말했단다.

"장가 잘 갔다"며 부러워하는 동료에게 이 남성이 한 말. "낭비 안 하고 수입, 지출 따져가며 재무 관리 확실히 하죠. 아이들 개인 교사로 과외비 안 들죠. 몸에 좋은 먹을거리로 가족의 건강까지 챙기니 연봉 1억 원의 아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누군지 이런 남편을 둔 아줌마는 참 좋겠다.

김영수 스포츠생활부 차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