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손톱 밑에

눈곱만한 가시 하나 박혀도

두 눈을 부릅뜨고 바짝 바짝 들이댔다

매사에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곤 했었다

실눈 뜨고

멀리 봐야 잘 뵈는 요즘에서야

내 몸이 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이제는

한 발 물러서서

세상을 읽을 때라고

유해자 '내 몸이 말을 한다'

연륜의 깊이에서 오는 자각을 노래하고 있다.

피 끓는 젊은 시절엔 사소한 일에도 잘 참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덧 나이 들어 눈을 가늘게 떠야 먼 곳이 잘 보이게 되자, 이제는 한 발 물러서서 세상을 읽을 때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것은 웬만큼 나이든 몸이 자신에게 넌지시 일러주는 말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내 몸이 말을 한다'를 제목으로 삼고, 둘째 연에서 '내 몸이 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라고 풀어 표현한 데서 이 시인의 언어 감각과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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