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렇게 살아요] 군위 한울문학회 주부들

"원고지 마주하면 창작의 기쁨, 피로도 싹~"

"비록 시골에서 살지만 문학에 대한 의욕만큼은 도시 주부들 못지 않아요."

포도농사를 짓는 신영희(49·군위군 부계면 창평2리)씨의 하루는 눈코 뜰 새가 없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남편과 함께 포도밭을 돌본다.

오전 11시까지 밭일로 땀 흘린고 난 뒤에는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군위읍 인터넷신문사에 출근, 오후 6시 퇴근 후에야 다시 가정주부로 돌아온다.

지친 몸을 누이고도 싶지만 원고지만 보면 피로가 어느새 가신다.

짬을 내 하루 일과를 원고지에 옮겨 적다보면 스트레스도 눈 녹듯 사라진다.

바쁜 와중에 지난 2000년 한국방송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기도 한 신씨는 군위지역 주부 11명으로 구성된 한울문학회 회원. 모임은 지난 1990년 가을 구미에서 열린 매일 여성백일장에 참가한 주부들끼리 이구동성으로 문학모임을 만들자고 제안, 발족했다.

바쁜 일상 때문에 길흉사 등을 포함해 두어 달에 한 번 정도 모이지만 농사일과 자녀 키우는 이야기 등 평소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시와 수필로 엮어 작품발표회를 갖고 있다.

아직은 지역의 식당 등지에서 열리는 '자신만의 발표회' 수준이지만 매일신문 여성백일장 장원 2회, 차상 3회, 차하 3회, 장려 3회, 입선 5회, 경북도 여성백일장 장원 1회의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오는 6월 영주 동양대에서 열리는 경북여성백일장과 10월 구미 금오산에서 열리는 매일여성백일장에서도 자신들의 진면목이 다시 한 번 드러날 것라는 게 회원들의 장담.

특히 김영조(45) 회원은 경북도 여성백일장에 장원으로 입상한 이후 지난 2001년 '문학사랑'을 통해 수필로 문단에 등단했다.

김씨는 요즘 대구 북구에서 어린이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으며 개인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늦둥이를 키우면서 시간에 쫓겨 한때 문학활동을 등한시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는 경북여성문학회 등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30대 중반에 문학을 시작한 서미원(49)씨는 사회교육사 자격을 취득, 현재 안동도립도서관 사회교육사로 활동하며 문학 이외에도 안동교도소 등을 찾아 정신교양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서씨는 "문학활동이 각종 사회활동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1남1녀를 키우며 등단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정현숙(32)씨는 "아이들이 어려 시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면서도 "문학회원들이 모이는 날이면 괜히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이현희(44)씨는 "농촌지역이어서 유명 시인이나 수필가, 소설가들의 문학강좌를 들을 수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며 "회원들과 함께 문학기행을 떠나는 게 모두의 바람"이라고 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송석남(44)씨는 "농사를 지으며 문학을 한다는 게 결코 쉽진 않지만 남편과 자녀들의 이해 속에 틈틈이 농촌의 일상생활을 원고지에 옮겨 쓰고 있다"며 "조만간 회원들의 작품을 책으로 엮어낼 계획"이라고 했다.

박옥희(49) 회장은 "시골에서 살면서 글을 접하고 산다는 데 대해 큰 보람을 느끼지만 대부분의 농촌주부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문학활동을 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문학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의 동참을 권했다.

매일여성백일장에서 장원 입상경력이 있는 구영회(군위군청 의회사무과장) 고문은 "젊은 주부들이 농사일에다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해가며 문학활동을 하는 게 여간 대견스럽지 않다"며 "비록 어려운 현실 속에 살고 있지만 문단 등단의 꿈은 버리지 말아달라"고 회원들을 격려했다.

개방농정에 따른 쌀 수매제 폐지 등으로 최근 우리 농촌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농사철 일손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현실에서 농촌 주부들이 틈틈이 시간을 내 문학활동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터. 농촌지역 대부분의 젊은 주부들이 도시로 떠나기를 갈망하는 현실에서 농촌을 지키며 문학활동을 하는 한울문학회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군위·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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