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국보(國寶)

무애 양주동(無涯 梁柱東:1903-1977)은 한시대를 풍미한 시인이자 수필가'평론가'번역문학자'논객에다 재담가였다. 평생을 구두 한 켤레, 한 벌의 허름한 옷에 신문 구독료조차 갖가지 이유를 붙여 내지 않았던 구두쇠이기도 했다. 좋게 보면 팔방미인 천재요, 삐딱하게 보면 안하무인의 제멋대로식 기인이었다. 향가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동서고금의 학문에 통달하여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곤 했다. 말 서두에 으레 따라붙는 "에~이 천재 양주동이가…", "국보 양주동이가…"는 그의 전매특허였다.

○…황우석 교수가 배아 줄기세포 연구로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다. 한 발 늦어진 미국이 "엇 뜨거라" 놀라 맹렬한 속도로 한국 추격에 나섰다. 24일 배아 줄기세포 연구 증진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상원 상정을 앞두고 백악관과 상하 양원 등 미국 정치권이 지지와 반대의 정면 충돌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로부터도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황 교수의 연구실과 후원회에는 격려 전화가 쏟아지고, 하루 수백 통씩의 전자메일, "살려달라"는 난치병 환자들의 편지까지 물밀 듯하다. 정계'재계'학계의 유명인사들이 황 교수 후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순신 장군 이후 한반도 최고의 영웅"이라며 극찬을 보낸다. 지금 우리 국민은 '황우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해지고 행복해 진다.

○…최근의 국적 포기 파동, 더구나 사회 지도층들이 앞장섰다는 점에서 우리는 속상해 했고 가슴앓이도 했다. 미국 국적인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의 아들이 미국도 아닌 행담도 개발에 취직해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기득권층의 이기적인 행태에 실망하고 지친 우리에게 황 교수는 진정한 사회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방과 후면 소를 끌고 뚝방으로 나가야 했던 가난한 소년. 의대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었음에도 수의학을 소신 지원했던 그의 좌우명은 '하늘을 감동시키자'였고, 삶의 철학은 '청빈'이었다. 지금 지구촌의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신(神)의 손'을 바라보며 새 소망을 키우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그에게 '국보 황우석'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어 지금 몸살이 날 지경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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