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노총, 위기가 거듭나는 기회 돼야

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25일 구속 수감됐다. 중앙근로자복지센터 시공사의 하도급 업체로부터 2억여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다. 이틀 전 전 상임부위원장 구속에 이어 한국노총 59년 역사상 처음 위원장이 구속되자 노총 주변에선 '치욕의 날'이란 탄식이 쏟아졌다. 또 시공사의 발전 기금이 들어오는 상황이라 현직 간부들에 대한 조사까지 예고돼 비리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다.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노총 간부의 비리를 보면 그들은 이미 노동자가 아니다. 도피 중인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구속된 전 상임부위원장, 택시노련 사무처장은 뇌물로 받은 돈을 이용해 부산의 한 택시회사를 인수해 동업해 왔다고 한다. '노동 귀족'이란 비아냥이 틀리지는 않았다. 게다가 국가로부터 334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주무 부서인 노동부가 몰랐다니 정부의 안이한 자세도 비리를 키운 셈이다.

전 위원장이 구속되던 날 한국노총은 노조의 도덕성과 재정 투명성 확보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외부 감사제 도입, 비리 연루 간부의 임원 진출 제한 노조 윤리 강령 제정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노동계 비리의 근본 뿌리는 경영주의 잘못을 따지고 싸우는 데만 익숙한 대신 자기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었다는 데 있다.

우리 노동계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선 자기 성찰이 요구된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엄격해야 한다. 내부 비리가 이렇게 커진 것은 스스로의 이익만 앞세워 상대를 인정하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대화하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양보할 줄 모르는 한 도덕성 회복은 쉽지 않다. 노동계의 위기를 거듭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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