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밀착형 '미니 도서관'이 대구에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미치지 못하는 동네 주민들이 직접 도서관 건립에 참여하고,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도서관 운영까지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마을형 문화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구에선 지난달 23일 북구 관음동에 '도토리 어린이도서관'이 들어선 데 이어 25일엔 팔공산 자락 동구 공산동에 '한들 마을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강북시민연대 주도로 설립된 '도토리 어린이도서관'은 10여 평 남짓한 공간에 2천여 권의 장서를 갖췄으며, 주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만든 '한들 마을도서관'은 공산농협 3층 40여 평의 공간에 장서 6천여 권을 확보했다.
특히 한들도서관 건립은 많은 사람들의 숨은 정성 덕분에 가능했다. 인근 지묘초교 교장을 역임한 뒤 지난 2월 정년 퇴임한 이곳 관장 유정실(62·여)씨가 1천만 원을 내놓아 도서관 건립의 씨를 뿌렸고, 주민들도 책과 후원비 1만 원씩을 내서 4천만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주민들의 참여 열기에 놀란 공산농협 측이 공간을 무상 임대해주기로 했고, 책상과 의자 등 집기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현재 연회비 1만 원을 내는 650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일주일에 하루 3시간씩 책 정리 등 자원봉사를 할 사람을 찾고 있다.
유 관장은 "공산동은 자연환경은 좋지만 외진 곳이어서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리기에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오는 2007년까지 장서 8천 권을 갖추는 게 목표이고, 장기적으로는 다른 미니 도서관들과 연계해서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개소식에 갓난 아들을 안고 3세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주부 박지선(28)씨는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더없이 반갑다"며 "공공도서관에 가려면 어린 아이를 들쳐업고 가야 하는데 비해 미니 도서관은 이용이 훨씬 쉽다"며 반겼다.
대구시내에 이 같은 미니 도서관 설립이 예정인 곳은 달서구 상인동의 '달서 어린이도서관'과 도원동의 '달서 도원도서관', 북구 읍내동의 '구수산 도서관'등이다.
대구 첫 민간도서관으로 개관 12년째를 맞은 새벗도서관(달서구 이곡동) 신남희 관장은 "부산의 경우 자치구마다 2, 3개씩 공공도서관을 갖고 있는데 대구지역 지자체들은 도서관 건립의지가 너무 부족하다"며 "수영장이나 문화강좌 등 수익사업이 가능한 문화회관은 잇따라 건립하면서도 정작 주민들에게 필요한 도서관 건립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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