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우선조사 대상 7건을 선정한 이후 26일까지 4개월 가까이 과거사 규명작업을 벌였던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위원장 오충일 목사)는 초미의 관심사인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관련자와 기록에 대한 1차 조사를 마무리했다.
진실위는 이 과정에서 사건 당시 △중정 주(駐)프랑스 거점 요원 및 연수생 8명△중정본부 지휘라인 간부 및 직원 5명 △10·26 사건을 조사했던 합동수사본부 관계자 2명 △프랑스 주재 특파원 8명 △김 전 부장을 프랑스 파리로 유인하는 과정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여성 연예인 3명 등 모두 33명을 조사하거나 면담했다.
진실위는 이 중 주프랑스 중정 거점장이었던 이상열 공사를 3차례 면담조사하는 한편 당시 거점요원들과 연수생들로부터 관련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중정 본부 관계자로는 사건 당시 해외담당 차장이었던 윤일균씨와 해외담당 국장, 부국장이었던 김 모, 이 모씨, 유럽담당 과장 조 모씨, 유럽담당과 주무관 황 모씨 등이 조사를 받았다.
진실위는 또 10·26 사건 직후 김재규 전 중정부장을 조사했던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과 이학봉 당시 합수부 수사국장을 면담, 눈길을 끌었다.
진실위는 김 전 부장을 파리로 유인하는 과정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여성 연예인 최 모, 정 모씨 등 3명과 당시 주프랑스 특파원들도 면담했다.
관련자 조사와는 별도로 방대한 자료에 대한 검토작업도 병행됐다.
단행본 등 책자 17권(7천700여쪽), 월·주간지 42권(610여쪽), 신문·방송자료 220여쪽, 기타자료 170여쪽 등 모두 8천700여 쪽에 달하는 공개자료 59권을 검토했다.
국정원이 보관 중인 보고서 76건(836쪽), 본부-해외거점간 수·발신 전문 및 참고자료 672건(1만62쪽) 등 국정원 존안자료 748건(1만905쪽)도 분석 대상에 올랐다.
이 밖에 군이 보관하고 있는 김재규 사건 공판기록, 10·26사건 당시 군 검찰 수사기록, 합동수사본부 수사기록, 중정 직원 조사기록과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대통령 의전일지 등 여타 존안자료 87권(9천521쪽)에 대한 검토도 병행했다.
이같이 4개월 가까이 사건 관련자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이 사건의 윤곽을 그려내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관련 당사자들이 개입의혹을 부인하는 등 일정 부분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상열 공사는 사건 개입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다물고 있고, 여타 중정요원들과 연수생들도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당시 연수생이었던 신현진(가명)씨가 자신이 김 전 부장 살해과정에 직접참여했고 그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진술했다고 진실위 측은 밝혀 신씨 진술이 사건규명에 상당한 도움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중정 본부 핵심 라인들도 이상열 공사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정작 중정 차원에서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진실위는 또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등이 10·26 사건을 조사하면서 김형욱 건에 대해서도 조사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들은 이를 부인했다.
또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과 송진섭 안산시장에 대한 조사를 통한 청와대 경호실 개입설 여부를 따졌지만 역시 별다른 진술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처럼 부인으로 일관하는 관련자 대부분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진실위 활동 특성상 비록 현재까지 중간조사 차원에 머물고는 있지만 심도있는 추가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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