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범어동에 영어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묵(44)씨가 소장하고 있던 영어동화책 3만권과 비디오테이프 4천여개를 시민들을 위해 내놓은 것.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 학원을 방문하면 원하는 책을 무료로 빌려갈 수 있다.
학원 복도와 강의실 등 여유공간을 활용해 구석구석 책을 진열해 놓았기 때문에 그럴듯한 도서관의 형태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책의 규모나 내용면에서는 우리나라 여느 도서관이나 서점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분량이다.
이씨는 "다음주 3만권의 책을 더 들여올 예정"이라며 "현재는 유아와 초등학생 수준의 그림동화책과 간단한 영어서적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찾는 사람들만 있다면 성인용 소설과 영어 만화책까지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씨가 이렇게 영어도서관을 만들게 된 것은 유창한 발음을 쏟아내고 단어와 문법을 암기하는 수준의 영어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외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영어의 진정한 참맛을 알게하는 '독서'를 해 보자는 생각 때문.
그는 "영어를 '공부'로만 접근하는 방식은 영어에 대한 흥미를 쉽게 떨어뜨릴 수 있지만 영어 책을 읽다보면 공부가 아니라 취미생활이 돼 훨씬 재미있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씨의 희망은 번듯한 영어도서관 하나를 여는 것. 하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커 일단은 소장하고 있는 책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눠보는 방법을 택했다.
오는 8월에는 서울 강남 대치동에도 범어동과 비슷한 형태의 영어도서관을 하나 시작할 계획이다.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라 한권 두권 모으기 시작한 것이 창고에서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분량이 돼 시민들에게 개방하게 됐습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도서관을 찾아준다면 더 수준높고 질 좋은 책을 모으는데 힘이 될 겁니다.
"
이상묵 원장은 "학원에 도서관을 만들었다고 해 부담을 가지는 시민들도 있겠지만 학원과 영어 도서관은 전혀 별개"라며 "부담없이 자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위치는 경신고 입구 이상묵학원 4층(053-744-2784).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사진: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영어동화책과 비디오테이프로 영어도서관을 연 이상묵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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