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은 어눌해도 눈빛으로 통했어요"

26일 오후 열린 대구 장애인 맞선대회 현장

26일 오후 남구 가든관광호텔 2층 연회장. 산다는 그 자체가 하루하루 시련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정신지체, 청각·언어장애, 지체장애 남성 30명과 여성 25명이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찾는 '장애인 맞선대회'가 무려 4시간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었다.

탐색의 시간,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텔레파시를 교환한다.

숨가쁜 긴장의 연속. 행사장 뒤편에 앉아있던 보호자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오히려 참석자들보다 긴장한 표정이다.

"부디 이번엔 우리 아들, 딸의 평생 배필을 찾아주세요."

지금까지 7차례 맞선을 봤지만 번번히 실패했다는 이향배(40·달서구 성당동·장애6급)씨는 "벌써 나이가 마흔줄에 접어든 만큼 이번이 마지막 맞선이 될 것"이라며 "오늘은 가지고 있는 모든 장기를 보여줘서 기필코 평생 나와 함께 할 사람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말도 어눌하고 듣는 것조차 힘겨운 이들에게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향해 애절한 눈빛을 보내며 그저 마음이 전달되기 만을 바랄 뿐이다.

운 좋게 자신의 이상형이 옆에 앉아있으면 서툴지만 수화로 말을 건네기도 한다.

게임과 장기자랑이 이어지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소아마비로 거동조차 힘든데도 파트너를 위해 춤을 추고, 언어장애를 극복하고 노래 한 곡을 바치는 감동적인 모습도 연출됐다.

뒤편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한 보호자는 "아들이 어릴 적 크게 놀란 뒤 소아마비를 앓았다"며 "이번에 며느리를 맞으면 딸 부럽지 않게 해주겠다"며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드디어 선택의 시간. '1·2·3지망'이라고 적힌 쪽지가 모두에게 전달됐다.

참가자들은 이상형이 자기 이름 써주기를 기도하며 어렵게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

치열한 탐색전을 끝으로 서로의 사랑이 통한 참가자는 모두 다섯 쌍. 행사 초반부터 곁에 앉아있던 송석란(27·달서구 감삼동)씨를 '찜'했던 권기현(29·동구 효목동)씨는 선택받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권씨는 "첫눈에 눈빛을 보고 반했다"며 "우선 함께 영화를 본 뒤 맛있는 밥 한 끼 사주고 싶다"며 송씨의 손을 꽉 쥐었다.

마흔살 청년 이향배씨도 평생 배필 최현주(43·여)씨를 찾아내는 등 다섯 커플이 새롭게 탄생했다.

대구장애인재활협회 김정아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은 표현이 서툴 뿐 감정을 매우 솔직하게 드러낸다"며 "외롭기 때문에 평생 반려자를 찾으려는 마음도 강하다"고 했다.

한편 장애인재활협회는 '곰두리결혼문화지원센터'를 통해 맞선대회 커플이 결혼을 하게 되면 '무료합동결혼식'을 열고 신혼여행 및 각종 혼수물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문의:053)255-8166.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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