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전 유치 사실상 '대구-광주 2파전'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국전력의 이전 방식이 '한전+한전관계사 2곳'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대구'경북의 공공기관 유치 전략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경북도의 경우 한전을 포기하는 대신 도로공사 등 대형공공기관을 포함한 14, 15개의 공공기관 유치를 선언하고 나섰으며, 대구시는 한전의 역내 유치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경북 '한전에서 도로공사로' 급선회

경북도는 지금까지 방사성폐기물처분장과 한국전력의 연계를 주장하며 '한전' 유치해 '올인'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에서 원전이 가장 많은데다 앞으로도 많이 건설될 예정이고,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력 판매량과 생산량에서도 한전 이전의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한전이 이전되는 곳에 한전 관계사 2곳만 추가 배치하는 이른바 '한전+2' 방식으로 정부 방침이 결정됨에 따라 경북도는 한전 유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전+2'를 수용하는 것보다 대형공공기관을 포함해 14, 15개 공공기관을 받는 것이 이득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저마다 공공기관 유치를 희망하는 시'군이 많은 광역도로서는 '한전 +2' 카드를 택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경북 역시 안고 있다.

경북도는 한전을 포기하는 대신, 이전 파급 효과가 크고 지역적 특성과 연계성이 높은 한국도로공사, 토지공사, 주택공사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산업특화기능군 공공기관으로 정보통신군과 산업지원군 등 모두 14, 15개 정도의 공공기관을 역내에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 가운데 경북도가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형공공기관은 도로공사다. 도로공사는 이전 대상 공공기관 가운데 2004년말 현재 본사 인력(695명) 기준으로는 7번째, 예산(6조1천430억 원) 기준으로는 6번째로 크다. 경북도는 도로'교통의 중심지역이고 경부'중부내륙'중앙고속도로의 중심축으로 사통팔달의 요충지이며 향후 개발수요가 많은 지역인 만큼 도로공사 유치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산업특화기능군으로 경북도는 한국전산원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 중앙전파연구소 등 정보통신관련 공공기업 7개의 집단 이전을 바라고 있다.

산업지원군으로는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산업안전공단, 고등과학원,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요업기술원, 산업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10개 공공기관의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대구시, '한전 이전에 나서볼까?'

'한전+2'로 정부 방침이 결정나면서 한전에 대한 유치 과열 양상은 숙질 전망이다. 한전에 대한 지방 간 과열 경쟁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한전 이전 지역에 다른 공공기관을 대폭 축소하는 방편을 썼다.

'한전+2'를 선택할 수 있는 공공기관은 광역시 2, 3곳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광역도의 경우 '챙겨야 할' 기초단체가 많아 한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대구시와 광주시 정도가 유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한전의 경북행을 지지했지만, 경북이 한전을 포기하는 등 상황이 급변하자 한전의 역내 유치를 심각하게 저울질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대구시는 광주시와 한전 유치경쟁이 벌어졌을 경우 충분히 비교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경북도도 대구시가 한전 유치에 나설 경우 '지원 사격'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조해녕 대구시장과 이의근 경북도지사 간의 공조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북도에 10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유치를 원하는 상황에서 한전 같은 유관기간을 인근 대구에 배치하는 게 마땅하다는 논리가 먹혀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는 광주 등과 경합을 벌일 경우 정치적인 입지 등을 고려할 때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경북과 공조해 정부에 '원칙에 따른 한전 이전'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등 전략도 모색하고 있다.

◇원전과 방폐장 문제 어떻게 되나

방폐장과 원전, 한전은 3각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정부가 이달 중순까지 '방폐장과 한전 이전을 연계시킨다'는 방침을 지켰던 것도 방폐장 입지와 원전 추가 건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전'만한 당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북도가 한전 이전을 포기함으로써, 향후 방폐장의 경북 유치와 원전 추가 건설에도 상당한 변수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역내 유치를 희망해 온 경북도내 시'군들의 박탈감과 실망감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는 한전이 대구에 오는 대안을 통해 방폐장과 원전, 한전이 연계되는 자연스런 삼각구도가 형성돼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점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기로 했다.

김해용'박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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