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한밤중까지 수학 강의만 하면서, 좋아하는 술도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마실 정도로 바쁘게 살지만, 학생들 앞에만 서면 눈이 빛나고 목소리가 커지는 사람. 모범 답안의 풀이법을 가장 싫어하면서, 적어도 서너 가지 풀이법을 던져주고는, 논리적으로 한 번 따져보자며 학생들을 괴롭히는 사람. 입시학원 강의 15년째인 전상석(46) 송원학원 교수부장의 수학에 대한 접근법은 독특하면서도 원리에 가장 충실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고교의 시험이나 수능시험에서 원하는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 수학 실력을 높이는 비법이 없나
- 수학에는 왕도가 없지만 기본 개념을 이해한 상태에서 얼마나 다양한 문제를 많이 풀었느냐에 따라 점수는 달라진다. 관건은 이 과정에서 문제해결능력을 얼마나 키우느냐다. 같은 선생님에게 같은 교재로 배운 학생들의 점수가 100점부터 천차만별로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문제해결능력은 어떻게 키우나
- 무조건 문제를 많이 푼다고 향상되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원칙은 안 풀리는 문제도 모범답안을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려워도 포기하지 말고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서 어떻게든 자신의 논리에 따라 풀이 과정을 찾아들어가야 한다. 모범답안을 보면서 수십 문제를 푸는 것보다 한 문제라도 자신의 힘으로 풀어보는 것이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길이다. 수능시험이나 수리논술, 심층면접 등에 강해지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 혼자 푼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
- 모범답안은 가장 보편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이지 유일한 풀이법은 아니다. 정답을 맞추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논리적으로 추론해 갔느냐가 중요하다. 뒤집어 생각하기, 그림 그려보기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의 사고력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 '수학의 본질은 사고의 자유에 있다. 단 모순이 없어야 한다'는 수학자 칸토르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자주 한다. 평소 생활 속에서 보이는 수학적 문제에 대한 사고를 자유롭게 해 보자. 논리적으로 추론해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습관을 들여 보자. 가령 '계란은 왜 한 쪽이 굵고 한 쪽이 가는 타원형일까'라는 질문의 경우 안전한 둥지가 아닌 땅에 알을 낳는 닭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계란이 구나 대칭 타원형이라면 한쪽으로 계속 굴러가기 쉽지만 비대칭 타원형은 아무리 굴러도 일정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종족 보존을 위한 진화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국에 이발사는 몇 명인가'라는 기출문제가 있다. 어떻게 풀지 한 번 생각해 보라.
△ 수학 시험을 잘 치려면 어떻게 하나
- 학교 시험은 일단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한다. 선생님이 강조하는 내용에 주목하면 출제 경향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학교서 활용하는 부교재를 꼼꼼히 정리하고 기출문제들을 참고하면 충분하다. 수능시험의 경우 새로운 유형이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몇 문항 출제되는데 평소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들을 골라서 답을 보지 않고 푸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대처할 수 있다.
△ 시험 시간 활용법도 중요하지 않은가
- 우선은 높은 배점의 문제를 확실히 풀어야 한다. 학교 시험이든 수능시험이든 어려운 문제의 점수가 낮은 역배점 방식이 보통이다. 쉽고 배점이 높은 문제부터 푼 뒤 제대로 계산했는지 검토하는 게 현실적이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는 과감히 뛰어넘어야 한다. 모르는 문제에 시간을 쏟다 보면 평정심을 잃어서 쉽고 아는 문제도 틀릴 가능성이 크다.
△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안 나올 수 있나
- 누구든 그런 경우를 한두 번 겪게 된다. 이때가 중요하다. 개인적 능력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학습 방법과 심리적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다. 시간 관리를 잘못 하거나 실수로 한 번 시험을 망치고 나면 좌절해서 자신감을 잃기 쉽다. 지금까지 쌓아온 체계가 물거품처럼 느껴지고 시험에 공포감을 갖기도 한다. 어떻게든 이겨내고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자신감이 없으면 문제부터 잘못 읽기 쉽다. 처음 읽을 때 틀리면 되풀이해서 읽어도 오류를 찾기 어렵다. 어떤 문제든 천천히 두 번 정도 읽은 뒤 풀이를 하는 것이 좋다.
△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도 적지 않은데
- 수학을 도구학문이라고 한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추론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학문과 연계되면서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고교 수학은 크게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수학이 왜 필요한지 느끼고 꾸준히만 하면 일정 수준에는 누구나 이를 수 있다. 학교 시험이나 수능시험에서는 기초적인 원리를 다루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므로 조금만 노력해도 어느 정도 점수는 받을 수 있다.
△ 수리논술이나 심층면접 대비 방법은
- 어쨌든 고3생이 응시하는 시험이다. 수능시험보다 조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고 평소에 깊이 있게 공부하면 된다. 실력정석에 나오는 연습문제를 자유롭게 풀 정도면 충분하다. 수능시험이 끝난 뒤 희망하는 대학의 기출문제 등을 구해 출제 경향과 난이도 등을 짚어보고 그에 맞춰 대비해도 크게 늦지 않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 우리 주위에 수학과 관계되지 않은 것은 없다고 전상석 송원학원 교수부장은 강조한다. 데카르트가 거미줄을 보고 좌표평면을 발견했듯 평소 맨홀 뚜껑은 왜 둥근가, 벌집은 왜 육각형인가 등에 의문을 가지면 수학의 재미도 찾을 수 있고, 공부는 그 다음부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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