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일기 쓰기. 영어실력 향상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영어로 일기장을 채워나간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영어일기를 혼자 힘으로 시작한 학생이 있다.
우인하(12'용지초교 6)군은 외국에 한 번도 다녀온 적이 없는 순수 토종(?) 학생. 인하는 영어 잘하는 친구들에게 자극받아 어느날 우연히 영어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살다 와 유창한 영어를 쏟아내는 친구들을 시샘 반, 부러움 반으로 쳐다보다 '나도 한번 해보자'는 욕심이 불쑥 생겨났던 것.
하지만 혼자 시작하다 보니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다. 이따금씩 단어들만 나열해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문장을 만들어놓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하의 영어일기 쓰기는 대성공이다. 영어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인하에게 영어일기 쓰는 방법을 들어봤다.
△스스로 필요 느끼자
인하는 여리고 수줍음 많게 생긴 외모와 달리 시샘이 많다. 모든 방면에서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다는 욕심이 보통 아이들의 몇 배는 된다. 이런 인하에게도 영어는 넘어서기 힘든 과목 중 하나였다. 외국에서 살다오거나 일찌감치 미국, 캐나다 등지로 조기유학을 다녀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친구들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한편으론 샘이 났다. '나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친구들 못지않게 영어를 잘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4학년 때 엄마가 사다준 '공부9단, 오기9단'이라는 책을 읽다가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가지 않고도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으로 영어일기 쓰기를 소개한 글을 읽고 한 번 해 보자는 오기가 발동했던 것. 이렇게 영어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벌써 2년째가 됐다.
그렇다고 매일 영어일기를 쓰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내킬 때는 일 주일에 두세 번도 쓰지만, 어쩌다 보면 2주에 한 번씩 쓰는 경우도 있다. 인하는 "누가 시켜서 영어일기 쓰기를 했다면 금세 싫증이 나 그만뒀을 것"이라며 "이런 내용은 영어로 한 번 써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만 영어일기를 쓴다"고 했다.
△조금씩 영어 비중 높여가자
처음 영어일기를 시작해 보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의욕만 넘칠 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하는 일단 단어부터 시작했다. 제목만 영어로 쓴 뒤 한글로 일기를 쓰는 것에서 시작해 점차 아는 단어를 영어로 쓰는 방법을 사용한 것.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영어 단어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단어 쓰기가 되자 문장에 도전했다. 쉬운 문장은 그런대로 쓸 수 있었지만 영어로 쓰기 어려운 문장은 한글로 써둔 뒤 시간이 날 때 차근차근 영역을 했다. '나는(I) 어제(yesterday) 도서관에(library) 갔다(went to)'는 식으로 적절한 단어를 고른 후 영어식 표현에 맞게 재배열하는 것이다.
이제는 어지간한 문장도 한글로 미리 써 두지 않고 영어로 곧바로 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다음 목표는 특별한 주제에 대해 영어로 표현하기. 단어나 문장 쓰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지난 식목일에도 식목일을 주제로 영어일기를 써 보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제목만 영어로 쓴 뒤 한글로 일기를 쓰고 말았다. 인하는 "영어 실력이 한번에 부쩍 늘어가는 게 아니니까 꾸준히 일기쓰기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며 "내년 식목일에는 영어로 일기 한 편을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멋쩍어 했다.
△부끄러움을 버리자
"This vote is by-election. So some spots have vote. By-election is revote." 인하가 쓰는 영어 일기는 문장도 짧고 어색한 곳도 많다. 아직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단계가 아니다 보니 실수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수줍음이 많은 인하지만 틀린 영어 문장을 쓰는 데는 부끄러움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다. 인하는 가끔 담임 선생님이 일기검사를 하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러서 물어보기도 한다며 "그래서 한 번은 아예 해석을 적어 함께 제출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보궐선거'가 있었던 날 비리로 사퇴한 정치인 때문에 재선거를 하게 됐다는 사연을 영어일기로 썼는데 생소한 단어가 너무 많고 문장이 길어져 자신의 표현을 담임 선생님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는 것. 그래도 인하는 이렇게 어려운 주제를 자신이 영어로 표현해 봤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인하는 "담임 선생님이 일기검사를 하면서 문법에 맞지 않거나 적절하지 않은 표현을 바로잡아주신다"며 "선생님이 고쳐준 문장은 꼭 기억해 뒀다 똑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단어와 문장에 날개를 달자
"학원을 다니며 하루에 수십 개의 단어를 암기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외운 단어는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고 실제 문장에서는 사용하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내가 하고픈 말을 표현하기 위해 고생하면서 사전을 뒤지고, 직접 문장에 활용해 본 단어는 좀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인하는 영어 일기를 쓰면서 어휘력이 부쩍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식목일 일기를 쓰면서 식목일이 'arbor day'라는 사실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게 됐고, 보궐선거가 'by-election'이라는 것 등 어려운 단어까지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됐다는 것. 인하는 "일기를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된 단어들만 따로 모아 단어장을 만들어 놓고 가끔 들여다보며 기억을 되살리니 효과가 더욱 높았다"고 했다.
요즘 인하는 좀더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시도한 방법이 사전에 나와 있는 예문을 많이 보고 활용하는 것이다. 주어나 동사 등을 바꿔 자신이 원하는 문장으로 바꿔쓰는 방법이다.
몇번이고 문장을 고쳐쓰며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바로잡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주어, 동사, 형용사 등이 적절한 위치에 들어가 있는지 따져보고 시제나 단수'복수 등의 조합이 적절하게 됐는지를 따져가며 문장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 이렇게 하면 평소 일기 쓰는 시간보다 좀더 오래 걸리지만 실수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인하의 생각이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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