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3학생인데요. 인문계에 가느냐 실업계에 가느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 가서 하위권에 드는 것보다 실업계 가서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 듭니다. 답변 주세요.
△전 중3인 학생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내신이 많이 나빠졌거든요. 그래서 어느 고등학교에 갈지 막막합니다. 실업계 가면 엄마아빠가 집에서 쫓아낼 것 같아요. 실업계 가면 인생 종 치는 걸까요. 실업계 가면 대학은 어찌 되는지 자세히 대답해 주세요.
△실업계에 다니시는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기에 실업계 다니길 잘 했다고 생각되나요. 공부하는 분위기가 안 돼 있다는데 과연 그런가요. 졸업하면 바로 대학에 가나요 아니면 취직한 뒤 야간 대학에 가나요.
(네이버 지식 Q&A에서 발췌)
실업계 고교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기능 습득을 통한 취업 중심에서 대학 진학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 데다 실업계 고교생들에 대한 대학의 문호도 넓어진 데 따른 것. 실제로 대구의 경우 2004학년도 실업계고 졸업생 가운데 1천992명이 4년제 대학, 4천377명이 전문대에 진학해 65%의 진학률을 보였다.
이는 수시모집 확대로 내신 성적이 좋은 실업계고 학생들이 유리해진 데다 2004학년도부터 대학별 입학정원의 3% 범위에서 실업계 출신자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2005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직업탐구 영역이 신설되는 등 실업계고 우대 제도가 계속 확대됐기 때문. 내신 비중이 더욱 높아질 2008학년도 이후에는 실업계 학생들이 더욱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바뀌자 중'하위권 중학생들의 고민이 커졌다. 일반계 고교에 진학하느냐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느냐를 두고 유'불리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나쁜 면학 분위기, 사회적 편견 등 실업계 고교의 단점이 갈수록 줄어드는 대신 대학 진학의 유리함, 전문 교과 사전 학습 등의 장점이 부각되는 것도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고교 입시 전문가, 고교 관계자 등은 객관적인 여건 변화로 실업계고의 위상이 높아진 데는 동의하면서도 학생 개개인의 적성이나 희망하는 진로, 자기관리 능력 등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전문 교과 비중이 높은 실업계고의 특성상 수학, 영어 등의 수업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대학 진학을 전후해 스스로 실력을 쌓아야 하는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중3인 학생이라도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으므로 일단은 중학교의 담임 교사나 진학 담당 교사와 상담을 통해 진로를 모색하면서 지망하는 실업계 고교나 대학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리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실업계고 장'단점을 살펴라
대학 진학을 고려하면 실업계 고교의 장점은 무엇보다 내신 성적을 잘 받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동일계 특별전형이 3%나 되고 앞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교사들의 관심과 지도를 더 잘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하위권 학생들이 실업계 고교에 진학할 경우 가질 수 있는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교육과정상 전문 교과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반계 고교에 비해 영어나 수학 실력을 쌓기가 쉽지 않다는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 면학 분위기가 일반계 고교보다 못한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실업계 고교의 진학반이 갈수록 활성화하는데다 학교에서도 관심이 높기 때문에 분위기는 계속 좋아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자기관리 능력만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업계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낮기 때문에 일반계고에 진학할 만한 성적이 되면 주위에서는 물론 교사들까지 일반계고를 추천하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 자신에게 유리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
올해부터 실업계고 원서 접수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년에는 실업계고의 기존 서열에 맞춰 중학교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지원자를 조절하기도 했으나 이를 막기 위해 온라인 접수를 도입한 만큼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실업계고의 홍보도 더욱 적극적으로 바뀔 것이므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해 비교'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희갑(대구시 교육청 중등장학사)
▲ 중'하위권은 진지하게 고려하라
그동안은 적성보다 성적에 맞춰 고교에 진학했지만 요즘은 공부를 못 해서 실업계고에 가는 게 아니다. 일반계고 합격선 근처에 있는 학생들 가운데 직업 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학부모와 상담을 통해 실업계고에 진학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렇게 실업계고에 진학한 학생들 가운데 좋은 대학에 갔다며 인사를 해 오는 경우도 상당수다. 비슷한 성적대의 학생들이 일반계고에 진학해서 실패한 경우가 많은 것과 대조적이다.
중학교에서 중'하위권인 학생들은 실업계고에 진학하면 일단 중'상위권으로 오르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고 학교와 교사들의 관심과 격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자신이 몰랐던 잠재력이 나타나기도 한다. 입시제도 변화로 학부모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물론 실업계고의 공부 분위기가 썩 좋은 건 아니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 학생들은 자기 관리를 해 내는 걸 봤다. 학교와 가정에서 조금만 받쳐주면 충분히 되는 일이다.
학교 수업은 대개 중위권에 맞춰서 하는데, 중학교 때 잘 못 알아듣던 수업이 실업계고에 진학하면 잘 이해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상을 받거나 학생회 간부가 될 기회가 많아 자신감을 쌓을 계기도 많다.
중학교에서는 객관적인 자료만 주기 때문에 실업계냐 인문계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자신의 희망 진로와 성적, 소질 등을 따져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서재용(이곡중 교사)
▲ 실업계고에서도 대학 준비는 충분하다
대학입시 제도 변화가 실업계 고교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지식중심 사회로 바뀌면서 당장 취업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교육보다 평생 학습 체제가 중시되는 것도 이를 부채질한다. 실업계 고교도 이를 감안해 취업 대비반 외에 대학 진학반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 등을 통해 부족한 일반 교과를 보충해주고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대학 공부에 필요한 도구 교과의 비중을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늘린 곳도 있다. 실업계고 졸업생을 예전보다 많이 받아들이는 대학에서 이런 부분을 도와주는 과정을 개설해야 하겠지만, 실업계 고교에서도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갈 것이다.
실업계 고교에 진학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성공 사례가 많아졌다. 실업계 고교마다 자랑하는 부분이다. 중학교 때 공부가 다소 취약한 학생들은 과감하게 실업계 고교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의 도움 속에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붙이는 데는 일반계 고교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자기 자녀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학부모들도 사회적 인식이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여정동(경북공고 교장)
사진: 실업계 고교의 대학 진학이 확대되면서 중학생들의 진학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적성과 희망 진로, 중학교 성적 등을 따져서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실습 중인 실업계 고교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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