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속 있는 선택

살벌하다고 할 정도로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 이 경제 중심의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에 대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해방 이후 우리 사회는 교육을 통해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전 세계에서 가장 활짝 보장된 나라 중에 하나였다. 광기에 가까운 비정상적인 교육 열기는 지금까지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열기는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거기에 상응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대학입학은 유일하고도 가장 손쉬운 계층 이동의 통로였다.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속적인 평가가 가장 낮은 4년제 대학에 입학한다 할지라도 그 상대적 위치는 같은 동년배들의 10% 안에 들어가는 최고 엘리트 수준이었다. 이때는 시골에서 논밭 팔고 소 팔아 공부를 시켜도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고급 인력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기존의 대학들은 양적인 팽창에 주력했고, 무수한 대학들이 신설되었다. 그 결과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고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전문대학 이상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은 지적인 엘리트로 대접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무런 희소가치도 없는 향락적 소비계층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 대학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대학은 청년실업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가정에서 대학 입학과 졸업은 고통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몸담고 싶은 전문 직종을 수행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눈높이를 낮추어 자신의 형편에 맞는 일을 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도 없다. 부모가 용돈을 주고 밥을 먹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왜 모두가 대학에 가려고 하는가. 아직도 40, 50대 부모들은 과거 자신들 시대의 대학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까지 나와서 설마 밥 굶으랴'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대학 나와서 밥 굶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실질과 실속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학은 정말로 공부를 좋아하고 학문적 자질과 열정이 있는 학생이 가야 한다. 대학에 가겠다는 생각으로 대책 없이 인문고에 진학하는 것은 나중에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진로 선택의 출발점이 되는 고교 진학은 그래서 중요하다. 중학교에서 상위권 학생은 일반 인문고에 진학하여 자신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공부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중'하위권 학생이 인문고에 진학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하위권 학생이 인문고에 진학해서 상위권에 들어가기란 어렵다. 실업계에 진학에서 바로 현실적 수요가 있는 전문 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취향과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고 실속 있을 수 있다. 졸업과 동시에 바로 취업을 할 수도 있고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문대 및 4년제 대학들이 실업고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어 인문고 학생과 경쟁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대학 진학은 유행을 좇는 것과는 다르다. 현실 상황과 자기 자신의 지적'학문적 성향을 냉혹하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미래는 경쟁력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가장 혈기왕성한 나이에 별 대책 없이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전공을 가지고 실속 있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실업고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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