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주관하는 모의평가가 6월 1일 치러진다. 많은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평가원 모의고사는 실제 수능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신뢰도 높은 지표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도 6월 평가원 모의평가 성적이 좋지 않다고 좌절해 그 이후로 공부를 거의 포기하는 바람에 결국 입시에서 실패한 수험생이 적잖다. 그러나 평가원 모의고사도 결국은 본 시험에 앞서서 치러보는 모의고사일 따름이다. 현재의 성적을 토대로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어떻게 공부하느냐를 가늠해보는 척도에 불과한 것이다. 평가원 모의고사에 임하는 자세와 생산적인 활용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평가원 모의평가의 의미
평가원은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기관이다. 평가원은 6월과 9월에 두 차례 모의평가를 실시해 이를 참고로 실제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6월 평가가 어려우면 9월 평가가 다소 쉬워지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수험생 입장에선 수능시험의 출제 경향을 체험하고 난이도를 예측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모의평가 결과 가운데 평가원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수리 '가'와 '나', 사회탐구, 과학탐구, 제2외국어 영역이다. 특히 수리 '가'와 '나'의 격차는 수능시험에 직접적으로 민감하게 반영된다. 지난해에도 모의평가에서는 '가'와 '나'형의 표준점수 차이가 컸으나 실제 수능에서는 '가'(표준점수 만점 141), '나'(표준점수 만점 150)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모의평가를 통해 EBS 방송교재와 수업이 어떻게 반영되느냐도 점검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모의평가가 끝난 뒤 EBS측이 밝힌 반영 비중을 일반 수험생들은 체감을 하지 못했는데 실제 수능에서도 그 경향은 그대로 이어졌다. 올 모의평가에서는 방송교재를 어떤 식으로든 반영하려 할 것이다. 문제를 보면 반영 방식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학습에 참고할 수 있다.
◇모의고사 전략
모의고사는 수험생이 자신의 객관적 위치와 취약점을 파악해 학습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모의고사에 너무 민감하다. 심지어 모의고사가 주는 충격과 좌절감 때문에 생활의 활력과 학습 의욕을 상실하고 방황하는 수험생도 있다. 모의고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의고사 성적에 웃고 울다 보면 남은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만다.
▷시험 전에는
모의고사는 문자 그대로 실제 수능시험과 비슷한 형식과 내용으로 연습 삼아 쳐보는 시험이다. 연습 삼아 치는 시험이라면 점수가 좋고 나쁜 데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매번 모의고사 성적이 나올 때마다 영역별 등급이 나온다. 사설학원 모의고사의 경우 전교 석차와 전국 석차까지 나온다. 그 점수에 따른 지망 가능 대학의 배치기준표가 나오는 때도 있다. 대개의 경우 모의고사 점수를 토대로 담임 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과목별 학습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 짜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점수가 잘 나오면 격려와 칭찬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건설적인 반성과 평가보다는 질책과 추궁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수험생들은 흔히 모의고사를 잘 치르면 한 달이 행복하고 그렇지 못하면 한 달이 우울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 모의고사는 원래의 기능과 목적을 상실하고 수험생과 학부모를 괴롭히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모의고사가 다가오면 몸이 아픈 수험생이 많은데 이는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모두가 모의고사란 실제 시험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연습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연습에 지쳐 실전을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시험에 일할 땐
모의고사를 치른 후 가채점을 할 때 상위권 학생은 5~15점, 중하위권 학생은 10~25점 정도까지 더 받을 수도 있었는데 실수로 틀렸다며 억울해 한다. 그 억울함은 궁색한 변명이 아니다. 풀이 과정에서 조금만 신중하고 적극적이었다면 정말로 맞힐 수 있었던 문제이다.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포츠에서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말한다. 문제풀이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불안감 때문에 위축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지만, 적극적으로 대하면 자신도 모르게 풀리는 경우가 있다. 수험생에게 있어서 컨디션이 좋은 날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문제 풀이에 임한 날이다. 자신감을 가지면 판단이 애매한 보기 중에서 맞는 답을 고를 수 있는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시험 시간에는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기도 전에 목표 점수를 정해 놓는다. 때문에 문제가 생각보다 조금만 어려우면 목표한 점수를 받기 힘들겠다고 위축돼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능시험이나 모의고사가 상대평가인 점을 생각하면 참으로 어리석은 자세다. 몇 점을 받았느냐보다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이냐가 더 중요하다.
수학 시간 종료가 5분 남은 시험장에서 한 문항을 못 푼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어떤 학생은 너무 초조해서 문제 풀이에 몰두하지 못하고 시계만 보다가 답안지를 낸다. 반면 어떤 학생은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문제풀이에만 집중한다. 두 사람의 결과가 어떻게 다를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5분이라는 시간은 집중해서 한 문제를 풀기에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시험 시간에 중요한 것은 이 과목에서 몇 점을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문제풀이에 집중할 수 있느냐이다.
▷시험 후에는
많은 수험생들이 모의고사를 치르고 마음을 다잡는데 1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간신히 마음을 잡고 1주일쯤 공부하고 나면 성적표가 나온다. 성적표를 가지고 상담하고 고민하다 보면 또 1주일이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시 잡는데 1주일이 걸린다. 그렇게 하다 보면 한 달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날은 열흘도 안 된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면 하루 이틀 만에 다 정리를 하고 툭 털어버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한두 번의 모의고사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는 것은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예컨대 3월 첫 모의고사 성적이 일 년을 좌우한다는 말, 평가원 모의평가 결과가 수능 성적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말 따위이다. 수험생들의 초조함에서 나온 이야기들이겠지만, 이보다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 수능시험까지는 앞으로도 긴 시간이 남았다. 가히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여러 차례 일어나고도 남는 시간이다.
관건은 변화에 대한 수험생 스스로의 확신이다. 취약점을 보완하면 앞으로 얼마든지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지 못하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생산성이 없다. 앞으로 남은 5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에 지난 2년간 해온 공부의 몇 배를 더 할 수도 있다.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모의고사는 정신과 육체를 고문하는 형틀로 나머지 고3 생활 전반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 오답노트 정리법
모의고사를 치른 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모의고사는 틀린 문제를 아쉬워하고 마는 시험이 아니라 자신의 취약점을 확인하고 다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그 자료는 오답노트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대개 한 번 틀린 부분은 다음에도 틀리기 쉽고, 처음에 하기 싫은 과목이나 단원은 계속해서 하기가 싫은 경향이 있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답안지를 보며 채점을 할 때, 맞고 틀리고보다는 틀리게 된 판단의 과정을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 해설지를 읽으며 틀린 과정이 스스로 납득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선생님께 질문하여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런 다음 문제지 또는 따로 마련한 노트에 나름의 분류법에 따라 표시를 해 둔다.
틀린 문제나 맞히긴 했지만 확실하게 알지 못한 문제는 그 문제와 관련된 단원 전체를 다시 공부하며 자신의 취약 부분을 확인해서 그 내용을 문제지나 오답노트에 정리한다. 사회 탐구나 과학 탐구의 경우 5개의 보기 중 정답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도 내용이 중요하다면 보기와 관련된 교과 내용을 폭넓게 정리해 둔다. 잘 정리된 오답노트는 수능시험 일 주일 전의 최종 마무리 학습과 심리적 안정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학부모의 자세
더위가 시작되면서 가만히 있어도 피곤하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생각했던 만큼 공부가 되지 않고 성적도 오르지 않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좌절감이 큰 원인이다. 이런 상태의 수험생은 극도로 예민해지며, 일부는 감정을 폭발시킬 대상이나 순간을 찾기도 한다. 이 시기에 부모가 지나치게 잔소리를 하거나 간섭하면 반항심에 책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지금이야말로 부모의 따뜻한 배려와 집안의 여유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모의고사를 치는 날도 평상시와 같이 자녀를 대하는 것이 좋다. 아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수험생은 시험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굳이 잘 치라는 말도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수험생을 소심하게 만들거나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시험을 친 후 기대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망하거나 질책해서는 안 된다. 점수가 좋으면 더욱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고, 좋지 않으면 연습으로 치는 시험이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위로해주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부모가 점수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자녀는 더 민감해진다. 연습에서 너무 지치고 상처를 받으면 실전을 그르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수험생이 자신 있는 태도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부모의 자세와 가정의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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