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서신문/'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뒷 이야기 이어쓰기

그렇게 아저씨가 떠난 후로 저는 엄마의 풍금소리도 듣지 못하고, 옥희가 좋아하는 삶은 달걀도 자주 먹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엄마는 아저씨가 떠난 후로 어디가 많이 아파 보였어요. 가끔 옥희 손을 잡고 뒷동산을 올라갈 때면 멍하니 건너편 동산만 넋 놓고 바라보곤 하였답니다.

어느 날 엄마 손을 꼭 잡고 예배당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였어요. 그때 뒷동산에서 아저씨와 내려올 때 만났던 유치원 동무와 마주치게 되었어요.

"옥희야 아빠는 어디 가셨어? 오늘은 엄마하고만 손잡고 있네."

순간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엄마 눈치만 보고 있었어요. 엄마는 그 말에 놀라는 듯했어요. 옥희를 잡고 있던 손이 '흠칫' 하고 떨려왔으니까요.

"옥희 아빠는 어디 가셨단다."

유치원 동무랑 헤어지고 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옥희가 잡고 있던 엄마 손을 떼를 쓰듯 흔들어 봐도 예쁘게 웃어주지도 않았어요. 성난 것 같은 엄마가 무서워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그만 '으앙~' 하고 울어버렸답니다.

예배당에 다녀온 날 밤에는 엄마가 옥희가 가장 좋아하는 삶은 달걀을 주었어요. 그리고는 달걀 몇 알을 작은 손수건에 정성스럽게 싸더니, 옥희가 달걀을 먹고 있는 동안 엄마는 사랑방으로 갔어요. 옥희도 엄마를 따라가려 했지만 달걀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따라가지는 않았어요.

옥희가 달걀을 다 먹어 갈 때쯤, 엄마는 방으로 돌아오셔서 옥희를 무릎에 앉혔답니다.

"옥희야, 옥희는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응! 옥희는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사랑방 아저씨가 옥희 아빠였으면 좋을 텐데…."

"옥희야, 사랑방 아저씨가 옥희 아빠가 돼버리면 다른 사람이 옥희하고 엄마하고 손가락질해올 텐데 참을 수 있어?"

"몰라. 그래도 옥희는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아빠 앞에서 유치원에서 배운 창가도 불러 보고 싶고, 손잡고 예배당에도 가고 뒷동산에도 놀러갔으면 좋겠어."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옥희 머리만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셨어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의 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이었어요. 그날은 유치원도 가지 않는 날이라 아저씨가 떠나기 전에 내게 주신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어요.

"옥희야-" 큰외삼촌과 작은외삼촌이 저를 부르는 소리에 서둘러 마당으로 내려와 보니, 사랑방 아저씨가 함께 계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저씨!"

"옥희야, 잘 있었니? 어느 새 키도 많이 자랐구나!"

"아저씨! 다시 우리 집에서 살려고 온 거예요?"

"옥희야, 이제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고 아빠라고 부르려무나." 외삼촌이 뒤에서 말씀하셨어요.

"정말?"

"그럼" 엄마가 다시 다정스럽게 대답해왔어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올려다보니, 아저씨도 옥희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었어요. 아저씨의 웃음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아빠!!" 라고 부르며 아저씨에게 안기자, 엄마도 외삼촌들도 함께 환하게 웃으셨어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예쁜 미소였어요.

우지현 기자(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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