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 샘플을 국내에 들여오는 일은 옛날 문익점 선생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들여오는 것 같았습니다.
"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지난 20일 전 세계에 충격과 놀라움을 던져준 난치병환자의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뒤 첫 공개강연에 나섰다.
황 교수는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대 기숙사 '관악사'에서 열린 '관악사 콜로키움' 초청특강에서 500여 명의 학생이 모인 가운데 그간의 연구에 얽힌 뒷 얘기들을 2시간여에 걸쳐 털어놨다.
◇ 문익점의 '목화씨' 같았다 = 2002년 말 미국 시카고의대 김윤범 교수가 황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한 뒤 연구팀의 열정에 감복해 자신이 연구해 만든 미니무균돼지 5마리를 연구용으로 기증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미니돼지 한 마리를 수송하는 데만 비행기삯이 5천만 원이라는 말에 황 교수팀은 더이상 예산을 끌어올 데가 없어 난감했다.
황 교수는 대신 연구팀의 한 교수를 보내 이 미니무균돼지의 체세포만을 떼오기로 했다.
하지만 정식절차를 밟아서 갖고 오려면 각종 서류준비 등 행정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질 것 같았다.
작은 용기에 담아 직접 들고왔다.
황 교수는 "마치 고려시대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붓뚜껑 안에 넣어 갖고 들어오는 것과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내일은 '우석의 해'가 뜰 것" = 지난해 4월 미국 피츠버그 의대의 제럴드 섀튼 교수가 원숭이 난자를 인간세포로 이식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얘길 들었다.
영장류에는 세포분할이 8개를 넘어서면 중심체 기능에 이상이 생겨 더이상 분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생명공학계의 대부격인 섀튼 박사의 이 같은 연구결과는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하지만 황 교수팀은 그 이상의 분할도 가능하다는 결론이었기 때문에 정면으로 상치되는 내용이었다.
만일 섀튼 박사가 황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폄훼하면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황 교수팀은 승부수를 던졌다.
연구팀 45명 가운데 단 5명만 입장이 가능한 실험실을 섀튼 교수에게 모두 보여줬고 실험하는 것을 보여줬다.
참관을 마친 섀튼 교수는 "이제 섀튼의 시대는 끝났다.
내일은 '우석의 해'가 떠오를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뒤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사이언스지 커버 논문으로 결정됐다.
세계 최정상의 연구성과로 인정받은 것이다.
◇ 새로운 도전 = 황 교수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성과는 새롭긴 했으나 사실 실용화에 문제가 있었다.
242개의 난자로 실험해 단 1개만이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해외 연구자들은 과연 실용화가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황 교수팀은 곧 2차실험에 들어갔다.
척추마비, 당뇨, 선천성면역결핍증 등 다양한 난치병을 가진 2세에서 56세까지의 환자 세포를 떼서 연구했다.
고통스런 인내의 시간 끝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단 17개의 난자만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던 것.
이날 오전 황 교수와 대담을 가진 미 유력지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황 교수에게 " 미국 유수 대학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했는데 갈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황 교수는 단호히 'No'라고 답했다.
"조건이 좋은 것은 안다.
하지만 그곳엔 우리의 실험에 애정을 갖고 이해하고 성원해주는 국민이 없다.
그곳엔 고난과 역경을 감내하면서 끝까지 따라와준 우리의 연구팀이 없다.
지금 강연을 듣는 여러분, 관악의 몇년은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다.
언젠가 서울대가 세계 20대 대학에 들어서는 그날을 보고 싶다" 황 교수의 특강에 모여든 500여 명의 학생들은 강연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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