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 공사장 잔일 마저 서울업체 '독식'

"가격 덤핑은 다반사입니다. 공사장 바닥에 깔 부직포를 사대는 경우에다 직원들 회식비까지…." "지역 업체가 더 잘 할 수 있는 광고대행은 물론 등기업무 같은 법무대행까지 서울 업체가 싹쓸이합니다."

대구시가 아파트 건립을 비롯한 각종 공사의 지역 업체 수주를 높이기 위해 기초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서울 대형 건설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31일 지역 건설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선 2만여 가구 이상의 아파트 건설공사가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 업체들은 '풍요 속 빈곤'에 시달리면서 하청을 받기 위해 서울 건설사의 각종 뒷바라지까지 하고 있다.

지역 레미콘업체들은 레미콘 납품을 위해 덤핑은 다반사이고 시공사가 부담해야 할 공사장 내 신호수 인건비, 공사장 노면에 깔 부직포 구입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회식비를 요구받은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레미콘협회는 2003년부터 수차례 시공사에 적정 단가에 납품받아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서울 건설사들은 분양 광고기획·매체대행 및 분양대행 업무 역시 협력 또는 등록업체라는 이유로 모조리 서울 업체에 내주고 있다. 지역 한 업체는 아파트 건설 행정업무 상당 부분을 도와주며 광고대행업무 수주에 나섰지만 서울 건설사는 분양대행과 광고대행업무 모두를 자신과 친분이 있는 서울 업체에 넘겨버렸다. 한 광고대행사 대표는 "대형건설사들이 기존 거래업체와 커넥션이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지역업체에게 일을 넘겨주지 못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등기업무도 서울 법무사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돈을 빌려주는 서울의 금융기관들이 등기업무대행자(법무사) 선정권을 빼앗는 횡포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법무사사무실 대표는 "서울에서 돈을 끌어오는 사업은 서울의 법무사가 등기업무를 도맡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달 초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건설업체 지원책으로 시와 산하 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전문건설업체에 대한 의무하도급 비율을 총 공사금액의 50% 이상으로 확대키로 하는 한편 민간업체의 발주공사도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에게 40% 이상 하도급 주도록 인·허가때 적극 권장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특히 현재 10~20% 선에 그치고 있는 민간 아파트공사장의 지역 업체 하도급 참여 비중을 높이기 위해 감독관청인 구·군은 민간업체로부터 아파트 착공 때 사업주체로부터 이행계획서를 제출받는 한편 수시로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는 복안까지 내비쳤었다.

한편 작년 말 전문건설업협회 대구시회 조사 결과 민간 22개 대형공사장의 지역 업체에 대한 평균 하도급비율은 35%에 불과했으며, 코오롱건설(북구 침산동 코오롱하늘채) 2%, 꿈에그린(달서구 신당동) 4%, 대림건설(수성구 수성4가 대림 e편한세상) 5% 등으로 하도급 비율이 미미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