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리뷰] 대구시립오페라단 정기 공연작'세빌리아의 이발사'

"다채로운 연출로 작품의 단조로움 극복"

대구시립오페라단 제24회 정기공연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지난 26~28일 사흘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됐다.

이 작품은 18세기 스페인 세빌리아에서 일어난 연애사건을 다룬 코믹터치 풍자극으로 로시니의 대표작이자 오페라 부파(희가극)의 걸작. 창단 이후 두번째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대구시립오페라단은 이전에 비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근년 '마르타', '돈 파스쿠알레' 등 일련의 코믹오페라를 직접 연출하며 연마된 김희윤 대구시립오페라단 감독의 역량이 한껏 빛난 무대였다.

작품의 성격에 어울리는 유쾌한 발레와 유희가 깃들여진 서곡의 무대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밤안개 피어오른 음산한 분위기 아래 인물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긴장감을 고조시킨 제2막 한밤의 폭풍우 장면 등 연출(박수동)의 다채로움이 전형적인 실내오페라인 이 작품의 단조로운 한계를 극복해냈다.

여기에 시시각각 변화를 준 조명이 가세됐고 무대미술과 의상도 한 몫을 더했다.

무대는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상쾌한 유동감이 부족한 듯했으나 등장인물들은 각각 자신의 역에 어울리는 연기를 충실히 소화해 냈다.

15인(로지나, 알마비바 백작, 피가로, 바르톨로, 바질로의 트리플캐스팅)의 주역과 조역들이 펼친 가창 또한 수준급이었다.

특히 제1, 2막 피날레의 6중창을 비롯해 4중창, 3중창 등 다양한 중창의 하모니가 걸출해 중창의 비중이 높은 이 작품의 짜릿한 묘미를 만끽하게 했다.

다만 콜로라투라 등 어려운 기교를 요하는 아리아에서 매끄러운 발성, 우리말 대사에서 자연스로운 표현, 빠른 템포에서 정확한 발음과 억양을 통한 절묘한 가창 등은 좀 더 내공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

노래나 연기에서 28일 무대가 다소 낫다는 인상을 받은 이번 공연에서 스타는 여성지휘자 넴쵸바(프라하국립음악원 지휘과 교수)였다.

첫 여성지휘자를 맞은 대구시향은 경쾌 발랄한 선율미를 생동감 있게 살려 나갔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 속에 노래의 흐름을 꼼꼼히 리드하며 시종 성실하고 활기차게 이끌어간 지휘는 여성이란 선입견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금발의 미모까지 과시한 그녀의 지휘는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낸 멋과 향기였다.

또 피날레에서 무대로 쏟아진 병사들의 축포는 이번 공연 자축의 의미와 함께 5월 대구 밤하늘을 환희의 함성으로 물들였다.

관객동원도 성공해 시민의 사랑을 받는 시립오페라단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서석주 본지 객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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