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더 느리게...' 프로야구 삼성의 제5선발투수인 좌완 전병호(32)는 지난 해까지 9년 통산성적이 42승28패5세이브, 방어율 4.54에 불과하다.
186㎝, 86㎏의 우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직구 최고스피드가 130㎞를 겨우 넘는 전병호는 주로 중간허리로 활동하면서 한 해 평균 4∼5승을 올린 셈.
그나마 특징이 있다면 롯데에게 만큼은 유난히 강했다는 것.
전병호는 96년 9월3일부터 올해까지 롯데전에서 단 한번도 지지않았고 31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선발 5이닝동안 삼진 2개를 곁들이며 3안타 2실점(1자책)으로 막아 자신의 연승기록을 11승으로 늘렸다.
전병호가 다시 한번 '롯데 킬러'의 면모를 보인 셈이지만 이날 투구내용을 살펴보면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5이닝동안 전병호가 던진 투구수는 고작 63개.
뚜렷한 결정구가 없어 매번 도망가듯이 볼카운트 2-3에 몰렸던 예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전병호가 올시즌 달라진 비결로 제구력의 안정과 슬로커브 구사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해까지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로 구사했던 전병호는 올시즌 시속 100㎞초반의 슬로커브를 새로운 레퍼토리로 추가했다.
올시즌 제5선발로 자리잡은 뒤 타자와의 대결에서 결정적인 순간 심심찮게 슬로커브를 구사하는데 상당한 재미를 보며 시너지 효과까지 낳고 있다.
주로 타자 바깥쪽으로 체인지업과 슬로커브를 던지는 전병호는 어느 순간 몸쪽에 빠른(?) 130㎞대의 직구를 뿌려 종종 삼진을 낚곤 한다.
스피드건에 찍힌 속도는 130㎞에 불과하지만 100㎞대의 커브에 이어 몸쪽으로 꽂히는 130㎞ 직구의 체감속도에 타자들이 당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150㎞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라도 같은 스피드의 직구만 계속 뿌리면 타자들이 이내 적응하는게 야구다.
즉, 무조건 빠른 것보다는 스피드의 완급조절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투구의 기본 이론이다.
물론 불같은 강속구와 낙차 큰 변화구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전병호가 올시즌 느린 직구와 훨씬 더 느린 커브만으로 완급조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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