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렇게 살아요] 동양대 시스템화학생명공학과 고승태 교수

해발 1천m가 훌쩍 넘는 비로봉, 연화봉, 도솔봉 등 소백산맥의 고산준령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영주 동양대학교. 곳곳에 우뚝 선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뒤로하고 캠퍼스 뒤편 언덕에 오르자 난데없는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

대략 50여 마리. 그런데 비슷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녀석들의 생김새가 무척 낯설다.

눈과 코, 입, 털, 발톱은 모두 붉은 색을 띠고 있고 입을 다물고 있어도 송곳니가 그대로 드러나 늑대와 흡사하다.

"'불개'는 야성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늑대처럼 집단생활을 잘하고 보통 개와는 달리 발을 잘 써 나무를 잘 탑니다.

또 경계심이 강한데다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토종견 '불개'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은 동양대학교 시스템화학생명공학과 고승태(46) 교수. 경북 북부지역 토종견 '불개'의 원형을 찾아 온 시골마을을 헤집고 다닌 장본인이다.

고 교수가 '불개' 원형 복원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경북 북부지역 골짜기마다 다니며 불개와 비슷한 7마리의 개를 구입, 학교 뒤편 공터에서 번식을 시작해 이젠 54마리까지 늘어났다.

"불살견 또는 약개로 불리는 이 개는 매를 맞은 사람의 어혈을 푸는데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거의 멸종단계입니다.

영주, 안동, 충북 단양 등에 널리 분포돼 있고 소백산 일대에 살던 늑대가 민가로 내려와 가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

진돗개, 삽살개 등 다른 토종견 50여 마리도 대학 내 학술원에서 함께 사육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기숙사 학생들로부터 "개 키우는 사람 누구냐"는 거센 항의를 받았고 학교 인터넷에 항의글이 도배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불개 사육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까지 분양 주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현재 사육 수로는 어렵지만 300마리 이상이 되면 분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친교배로 번식에 어려움이 있지만 퇴화를 막고 원형을 복원해 풍산개, 삽살개, 진돗개 못지않은 명견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공대 교수가 웬 토종견이냐는 궁금증도 생기지만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자신의 전공을 '꽃 화(花), 화공과'라고 소개할 만큼 국화꽃 재배와 보급에도 관심이 높은 것.

"이건 달마라는 겁니다.

요건 국보라는 것이고 저건 우리 학교에서 만든 동양제일이란 품종입니다.

여기서 꽃이 피면 애들 얼굴만 하죠."

극성스럽기까지 한 그의 국화 사랑은 12년에 걸친 일본 유학·직장생활 동안 전문가 경지에까지 올라 1997년 일본 내 권위 있는 국화전시회인 나고야 국화전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지금은 대학 내 원예동아리인 '동양원'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학생지도에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그는 지난 1997년 이 대학에 부임하면서 제자들에게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겠다며 머리를 삭발, 화제가 됐다.

기숙사에서 연 '새벽 일본어 특강'과 일본어 연극지도, 학생·학부모들에게 수시로 보내는 편지 쓰기에서는 그의 삶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배어 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동양대 산학협력단장으로 농림부 '풍기 인삼 클러스터' 대표와 산업자원부 지역혁신특성화사업(RIS) 단장을 맡아 지역 발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별난 교수'라는 애정 어린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닌 듯하다.

한편, 동양대 측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고증이 완료되는 대로 '불개'를 영주 토종견으로 선포하고 보존회를 발족, 천연기념물 등록을 추진할 방침이다.

"'불개'는 지역민들 사이에 구전으로만 전해져 올 뿐 문헌이나 사진 등 정확한 자료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불개와 관련한 자료나 사진, 자세한 정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겠습니다.

" 연락처 054)630-1305.

영주·마경대기자 kdma@imaeil.com사진: 고승태 교수(가운데)는 국화꽃 재배와 보급에도 관심이 많다. 고 교수가 대학내 원예동아리 학생들과 화분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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