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진화한다.
연구소와 대학 한 편을 차지하고 있던 괴물(?)이 사무실과 서재 책상 속으로 들어왔고, 어느새 노트북 PC란 이름으로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모바일 기기 발전과 더블어 모바일 PC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올해는 웨어러블 컴퓨터(입는 컴퓨터: Wearable Computer)가 국내에 상용화하는 원년이 될 전망. 앞으로 '먹는 컴퓨터(예: 먹는 내시경)', '몸에 심는 컴퓨터(예: 인공귀, 심장박동기)' 'RFID(전자태그)와 생체인식' '인체매질통신' 등의 발달로 컴퓨터는 의료·산업·금융·영업·서비스·공공분야를 비롯한 모든 생활, 언제 어디서나 만나게 되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런데 요즘 웨어러블 컴퓨터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지역 전통산업인 섬유와 안경이 웨어러블 컴퓨터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전통산업과 IT(정보기술)의 접목·융합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와도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섬유, 안경 등과 웨어러블 컴퓨터 산업의 접목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웨어러블 컴퓨터란?= 웨어러블 컴퓨터는 디지털 액세서리(2004~2006년)에서 출발한다.
2004년부터 국내에서도 본격 연구를 시작한 디지털 액세서리로는 안경형 디스플레이, 펜(pen)형 입력장치, 손목시계형 컴퓨터, 퍼스널 스토리지, 환경·건강감지 반지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미 손목시계형 PC와 PDA(개인휴대단말기)를 개발 완료했다.
웨어러블 기술은 형태에 따라 손목·손가락 착용형과 벨트·머리 착용형, 가슴·팔 부착형, 지갑형, 의류형, 액세서리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광섬유를 옷감에 깔아 신호전달을 가능하도록 한 입는 컴퓨터는 벌써 미 해군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올해 하반기쯤 의류회사가 제품 판매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입는 컴퓨터의 신호전달 체계는 옷감에서 향후 인체매질통신(=몸을 통해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입는 컴퓨터도 컴퓨터이기 때문에 일반 PC가 가진 CPU(중앙처리장치), 디스플레이, 배터리, 저장장치, 마더보드 등 기본 요소를 그대로 갖는다.
또 웨어러블 컴퓨터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이오닉스 소자(리튬금속 고분자 2차 전지, 플렉시블 태양전지 등), 초소형 대용량 모바일 저장장치, 산업용 웨어러블 데이터 캡처링, e헬스용 바이오센서 등 기반부품이 개발, 발전해야 한다.
◇분주한 연구 움직임= 웨어러블 컴퓨터를 포함한 차세대 PC 관련 연구는 대덕연구단지에 기반을 둔 정보통신연구진흥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KAIST 등이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차세대PC 산업전시회(10월27·28일, 코엑스) 때 국내 최초로 웨어러블 컴퓨터 패션쇼를 개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국내 웨어러블 컴퓨터 산업은 아직 초창기에 불과하다.
올해 5월 3일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F 등 100여 업체들이 참가한 차세대PC산업협회(회장 양덕준 레이콤 대표)가 출범했고, 지역에서는 차세대 PC업체 맥산시스템과 섬유업체 범삼공, 안경테업체 유레카가 이사로 참여했다.
한국차세대PC학회(회장 박규호 KAIST 교수)도 올해 3월 18일 구성됐다.
이제 차세대PC산업협회 내 차세대PC 표준화 포럼이 차세대PC 플랫폼과 웨어러블 네트워크,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오감정보처리분야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시작했을 뿐이다.
◇'웨어러블 컴퓨터 메카' 대구의 가능성은?= 웨어러블 컴퓨터는 차세대PC의 일종인 만큼 관련 IT기술이 큰 몫을 차지한다.
섬유·안경 분야에서는 웨어러블 컴퓨터에 적합한 전도성 옷감 등 신소개 개발과 웨어러블 IT기술을 반영한 패션, 안경테 제조 같은 것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웨어러블 컴퓨터가 이제 막 시장을 형성하는 초기 단계임에 비춰볼 때, 단기간에 사업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기본적 연구들이 모두 대덕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도 우리 지역이 웨어러블 컴퓨터 산업에서 위상을 찾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연구는 대덕에서 하더라도 응용·산업화 연구는 섬유와 안경산업의 전통을 가진 대구에서 시작하는 '역할분담'은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서상기 국회의원은 "웨어러블 컴퓨터를 포함한 차세대PC 산업은 새로운 산업분야이며 대구경북이 선점해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기술을 선점하고 발전시키는 첫 번째 요소는 우수한 인력 확보이고, 그 다음은 벤처생태계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이종남 박사는 "웨어러블 컴퓨터는 산업기반이 기존 컴퓨터산업과 전혀 다르고 특수 섬유소재를 필요로 하는 만큼, 당장 돈이 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미래에 큰 산업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정부자금을 지원받아 지역에서 응용·상용화연구를 할 수 있다면 지역발전에 큰 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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