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게임거장'은 박찬욱감독 열성팬

고지마 감독, "올드보이 엄청난 충격" 극찬

일본의 세계적인 게임개발자가 한국의 박찬욱 감독과 영화 '올드보이'의 열성팬으로 박 감독을 극찬하고 방한해 만남까지 가진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3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일본 유명 게임개발자 고지마 히데오(小島 秀夫) 감독은 게임월간지 '하이퍼 플레이스테이션2' 최근호에 기고한 '나와 올드보이'라는 장문의 기사에서 자신이 박 감독의 팬이 된 사연을 털어놨다.

고지마 감독은 잠입 액션게임 '메탈기어' 시리즈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개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게임계의 '거물'로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고지마 프로덕션'을 이끌고 있다.

메탈기어는 웬만한 영화를 능가하는 치밀한 설정과 방대한 대사량, 개성적인 연출로 일본은 물론 서구에 수많은 팬을 거느리며 1천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초대작 시리즈이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고지마 감독이 박 감독에 푹 빠진 것은 작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한국영화 행사에서 올드보이를 처음 보고 나서.

고지마 감독은 "엄청난 충격! 엄청난 세계! 이런 영화는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체험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이게 뭐얏!' 싶은 놀라운 영화"라고 자신이 받은 충격을 털어놨다.

고지마 감독은 "재미있고 충격적인 줄거리 뿐 아니라 화면·영상 설계, 편집 등 제작 부분, 영화로서의 디자인이 결정체처럼 정교히 짜여져 있다"며 "최민식은 존재와 표정이 멋져 팬이 됐으며 강혜정도 몸을 던지는 연기로 매료시킨다"고 예찬했다.

특히 박 감독에 대해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연구 통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할리우드 영화를 되새김질해왔을 뿐인 MTV계 신예 감독이나 오타쿠(마니아)계 타란티노 세대와는 밑바탕이 다르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보통 정신, 이윤추구로는 만들 수 없고 엄청난 영화에 대한 집착, 에너지가 필요한 영화"라며 "일본이나 할리우드에서는 결코 태어날 수 없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 영화를 본 (일본)업계 관계자들은 (이 영화가) 일본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에 안도한 게 틀림없다"고 '부러움'을 나타냈다.

이후 'JSA'와 '복수는 나의 것' 등 박 감독의 전작까지 찾아보고 팬이 된 고지마 감독은 지난 2월초 신작 '메탈기어 솔리드 3'의 발매 행사차 한국을 찾으면서 박 감독쪽에 요청해 소원이던 박 감독과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고지마 감독은 "3시간 동안 영화 이야기만 했으며 공포영화 '서스페리아 2부'에 나오는 자장가를 내가 부르자 박 감독이 바로 따라 부르며 반응해 놀랐다"며 "역시 '한국에서 가장 많이 영화를 본 남자'다왔고 웃는 얼굴이 어울리는 '나이스 가이'였다"고 즐거운 만남을 회상했다.

또 "박 감독은 1963년 8월 23일생, 내가 24일생으로 딱 하루 차이인 '기막힌 운명'이라며 "헤어질 때 박 감독이 '처음 만났지만 어릴 적 친구같은 느낌'이라고 했듯이 박 감독은 나에겐 오랜 친구(올드 보이)이다"라고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을 되새겼다.

박 감독의 영화제작사 모호필름 관계자는 "박 감독이 게임쪽에 문외한이어서 처음에는 고지마 감독을 몰랐지만 만나서 두 분 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잘 됐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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