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여든 살을 훌쩍 넘겨 산다. 그런데 여든 살보다 훨씬 이전에 직장에서 밀려난다. 사오정, 오륙도라고 하며 50세 전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 세상이다. 더 심각한 것은 55세 이상의 60퍼센트 가까이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운 좋게 30년 동안 일해서 돈을 모았다고 해도 25년을 일없이 버텨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돈을 모았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주당 50시간을 30여 년간 일하고 물러난 다음 평상 수입의 20%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야 하는 형국이다. 이자, 임대소득은 갈수록 줄어들어 주머니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
2002년 사회통계조사 보고서를 보면 "노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한 사람이 64.5%에 불과하다. "자식들이 있으니까 어떻게 되겠지", 또는 "나라에서 노후 보장책을 마련해 주겠지" 하는 기대로 대책 없이 노후를 맞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찬란한 황혼처럼 아름답고 귀중한 생애 마무리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후를 위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대비책으로는 나라보험, 자식보험, 자기보험, 이웃보험 등 네 가지 보험이 있는데 이들을 좀더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나라보험을 살펴보면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국민이 은퇴하면 노후를 보낼 집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 무료로 치료도 해주는 등 나라보험이 거의 완벽하게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북유럽국가의 사람들은 젊었을 때 자기소득의 40~80% 선을 세금으로 낸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은 10~30% 선이어서 세금을 지금의 배 이상 내지 않는 한 나라로부터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 할 것이다.
자식보험은 부모들이 유교적 윤리를 바탕으로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자신의 노후를 자녀들에게 의탁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유효했으나 지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이 생활비를 자식들에게 받는 사람이 우리나라는 57%였다. 그런데 일본은 7%, 미국은 2%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20% 미만으로 줄어들거나 일본과 미국 수준으로 더 떨어질 소지도 크다.
이웃보험은 이웃끼리 상부상조하는 보험을 말한다. 이 이웃보험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자기 이웃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웃보험에 기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자기보험인데 이것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대비하는 보험을 드는 것이다. 자식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자신의 노후를 위한 보험을 부지런히 들어야 한다.
자식들에게 조금 남겨줄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필요할 때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것이 현명하다. 한꺼번에 다 주고나면 더 이상 찾아봐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융자산(17%)보다 실물자산 중심(83%)으로 자산운용을 하고 있는데 미국 등 선진국 사람들이 실물자산 60%, 금융자산 40%로 비중을 두고 있는 것처럼 자산배분전략도 새로이 짜 봐야 할 때이다. 집이나 논과 텃밭을 담보로 하는 역모기지론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월급의 9%(사용자부담포함)를 보험료로 지불하면 60세 이후에 생애평균소득의 50~60%를 지급받는 국민연금도 부지런히 들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법 개정을 두고 논란이 많기 때문에 그 귀추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 장애, 만성질환, 고독 등과 같은 만성질환에 시달리기 쉽다. 질병상태가 심각할 때 고액의 치료비를 사망 전에 지급하는 다목적형 보장성보험가입도 고려의 대상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윤기나는 노년을 보내려면 제2의 인생을 아름답게 시작해야 한다. 어떤 분은 퇴직해서 자원봉사로 노년을 꽃피우고 있고 어떤 분은 60대 후반에 신학을 공부해서 선교사가 되어 외진 곳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처럼 윤기나는 노년을 보내려면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치즈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년기에 먹을 치즈가 없다면 무슨 봉사를 하면서 윤기나게 살 수 있겠습니까?
박상태(한국신용평가정보주식회사 사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