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佛心트로트에 담았어요"

포항 대성사 운붕스님 가수 데뷔

불교 성직자가 대중가요 음반을 발표, 가수로데뷔했다. 경북 포항시 연화산 대성사 주지인 운붕 스님이 음반 '빈 잔'을 발표했다.

찬불가가 아닌 대중가요다.

출가 34년째를 맞은 대한불교 조계종의 운붕 스님은 속세를 그리는 듯한 가사로채워진 가요 7곡을 음반에 수록했다. 세속과 인연을 끊은 승려의 입에서 술, 아내, 어머니, 자식 등의 날말들이 트로트 가락에 실려 흘러나온다.

타이틀곡 '빈 잔'에는 '내 아내 내 자식 위해 이리저리 뛰고 또 뛰면서 오늘도한잔 술에 달래 본다', 또 다른 수록곡 '어머니'에는 '어머니 등에 업혀 넘어가던길, 내 아들 등에 업고 다시 와 보니 어이해' 등의 가사가 담겨 있다.

운붕 스님은 승려인 동시에 이미 문화예술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이매방)를 사사한 살품이춤과 승무로 우리나라, 독일, 일본 등지에서 일곱 차례 공연한 바 있다.

또 "종교색이 너무 짙으면 일반인이 편히 찾아오기 힘들다"며 불교 분위기를 최소화한 문화공간인 홍인당을 대성사 경내에 지었고, 2001년에는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생 신분으로 영화 '싸울아비'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운붕 스님이 대성사 앞마당에서 매년 주최하는 '산사(山寺) 음악회'는이미 이 지역 문화이벤트로 자리잡았다. 가수, 성악가, 민요가수, 합창단, 개그맨무용단이 출연하는 '열린 음악회'다.

운붕 스님은 "'빈 잔'은 음주를 권하는 곡이 아니고, '어머니'는 사바세계와 인연을 끊지 못하는 출가자의 심정을 담은 것이 아니다"라며 "가족 사랑과 효 등 인간의 도리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누구나 즐겨 듣고 부르는 '칠갑산'이나 '한오백년'을 불교곡이라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쉽고 호소력 있는 대중가요 리듬에 탐냄과 성냄을 버리고 사랑과 인정을 취하는 내용의 가사를 실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신-불안-불만-불확실의 사불(四不)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잠시나마 근심과 걱정을잊고 자아를 찾아 마음의 평온을 얻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색소폰 소리가 울려퍼지는 운붕 스님의 음반은 불교색을 배제해, 가수가 누구라는 것을 미리 알고 듣지 않으면 기성 가수의 트로트 음반과 다름없다. 맑은 음색으로 중저음을 오르내리는 창법과 삶의 의미를 반추할 수 있는 가사가 귀에 쏙 들어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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