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API강재연구센터 준공

油田파이프 'Made in Korea' 깔린다

포스코가 지난달 4일 포항시 인덕동에 API(American Petroleum Institute)강재 가공연구센터를 준공했다. API강재는 포스코가 역점을 두고 있는 8대 전략 제품 가운데 하나다.

현재 API강재의 시장규모는 세계적으로 1천만t. 시장의 절반 이상을 미국과 일본 철강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다. 포스코가 준공한 API강재 가공연구센터는 종합적인 연구개발'기술서비스 활동으로 우리나라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 API강재는?

API강재는 석유, 가스 등 에너지원을 운반하는 파이프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강재. 주로 열연제품과 후판제품이 이용된다. 고강도일수록 두께가 얇아지며, 내구성이 좋아 30~50년을 사용할 수 있다. 기후조건이 열악한 시베리아나 한랭지 유전 등지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강도, 내부식성 등의 요구조건이 매우 까다롭지만 부가가치는 높은 제품이다.

◆강관에 대한 모든 것

갈수록 심화하는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별로 새로운 원유나 가스전의 개발이 계획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새로운 에너지 생산지는 소비자와 점차 멀어지는 추세.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채굴된 에너지의 수송 효율 및 경제성 극대화를 위해 라인파이프 비즈니스도 증가하고 있으며 질적으로는 점차 고급'고기능화하고 있다.

그 핵심이 바로 API강재. 포스코는 이러한 시장 요구에 따라 진작부터 API강재를 전략제품으로 육성해 왔다. 강재 제조기술뿐만 아니라 강관 제조기술, 용접기술 등 파이프라인 건설에 필요한 종합 연구를 시행해 미래 기술을 확보하고 강관사'에너지사'시공사를 위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연면적 1천800여 평 규모에 파이프 조관과 용접기능을 갖춘 성형실험동과 실제 강관의 부식 특성 평가가 가능한 평가실험동, 최신 용접설비를 갖춘 용접실험동 등을 갖췄다. 총 투자비는 210억 원.

◆세계 시장의 네 가지 요구

현재 API강재의 개발 추세는 4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얼마나 고강도냐 하는 점이다. 심해저 구조물 건설을 위해 매우 두꺼운 재료의 사용이 늘고 있는데 시공비를 절감하고 수송압력을 견디려면 고강도라야 한다는 얘기다.

두번째는 저온에 견디는 정도다. 기후조건이 열악한 시베리아 등 한랭지 유전 개발에 따라 저온에 견딜 수 있는 요구조건이 강화돼 기존의 0℃, 영하 10℃ 보증에서 최근에는 영하 20℃, 영하 40℃까지 보증 강재가 요구되고 있다.

셋째로 지금까지는 가스와 오일에 의한 압력, 즉 파이프의 수직방향에 대한 응력저항성만이 요구된 데 반해 파이프 길이 방향에서의 우수한 변형성도 요구되고 있다. 적용 환경이 지진대와 극한지로 확대된 데 따른 것. 이를 위해 길이 방향에서의 영구변형성과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변형하는 우수한 강재의 개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내부식성이 우수한 API강재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새로 개발되는 유전과 가스전에서 유황성분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 특히 오일 매장량이 전 세계의 65%, 세계 수출물량의 45%를 차지하는 중동의 유전과 가스전 파이프라인의 길이가 증가하고 있어 내부식성 강재 사용이 필수적이다.

포스코는 API강재 가공연구센터를 통해 세계 시장이 요구하는 4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강재, 압연 후 고정밀 냉각제어로 높은 균일 연신율에 적합한 최적의 미세조직을 가진 강재를 제조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어떤 기능을 하나

API강재 가공연구센터에는 파이프 조관과 용접기능을 갖춘 성형실험동과 강관의 부식 평가가 가능한 평가실험동, 최신예 용접설비를 갖춘 용접실험동 등 3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성형실험동에는 세계 최초로 1m 길이의 후판을 조관할 수 있는 UOE조관설비 및 강관용접기기 등 최신 설비가 들어서 있다. 대형 인장시험기 등 다양한 시험장비를 이용해 강관제조 후 실관 성능 및 파이프라인의 시공성까지 평가할 수 있다.

평가실험동에서는 강재의 내부식성 평가에 필수적인 표준화 수소유기 균열과 응력유기황화물 부식 시험기를 보유, 국제규격에 따른 강재의 내부식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실제 파이프의 부식환경과 동일한 환경에서 파이프 부식 특성을 평가하는 부식시험기가 가동되고 있다. 기존의 부식시험법이 실제 환경보다 가혹하기 때문에 강재 설계에 있어서 낭비요소가 많은 점을 인식, 적정 성능의 강재를 필요로 하는 고객 회사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

용접실험동에서는 세계에서 유일한 전기저항용접 시뮬레이터를 보유해 조관 시 품질 확보를 위한 소재의 성분계 설정과 적정 전기저항용접 조관조건 설정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PI강재 가공연구센터는 이처럼 첨단 설비를 갖춤으로써 신규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의 계획 초기 단계부터 설계, 파이프 제작, 파이프라인 건설과 유지 등 어떤 단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고객 회사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고객과 윈윈

포스코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고강도'고기능 API강재 개발과 신용접기술 개발 등 고객에게 차별화한 기술을 제공하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API강재의 우수한 재료를 포스코가 개발, 공급하면 강관사들이 이를 토대로 API강관을 생산해 낸다는 것.

포스코는 고객 회사와 긴밀한 정보공유를 통해 기술과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한편 소재와 가공분야의 기술을 융합해 고객 회사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필요기술을 제공함으로써 포스코-에너지사-강관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가공연구센터 준공으로 기술적, 경제적으로 불가능했던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가능케하는 신기술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고객 회사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선진기술과 고객과의 파트너십, 종합적인 솔루션 제공의 3가지 목표를 추구하는 글로벌 연구개발 체제를 갖춤으로써 기술 리딩 컴퍼니로서 위상을 확립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 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조상현(40) 박사는 "미래의 에너지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의 채굴뿐만 아니라 빠른 수송체계가 관건이 되고 있어 우수한 품질의 수송관로 확보가 필수적"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의 API강재 가공연구센터가 준공됨에 따라 세계 API강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사진: 조상현 박사가 API강재 가공센터에서 전시된 규격별 모형 강재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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