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출 300억달러 구미공단-<中>'캐시 카우'의 보고

구미공단은 디스플레이와 모바일산업 등 차세대 '캐시 카우'(Cash Cow)를 확보해둬 미래 전망이 밝다.

흑백TV부터 시작해 30여 년 동안 쌓아둔 IT기술력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국인 일본에 비해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주력품인 TFT-LCD, PDP, 디지털평판TV 등의 분야에서는 이미 앞질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전통적 산업인 섬유업계도 속속 '캐시 카우'업종으로 전환을 서둘러 재도약의 기반을 새로 다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수도(首都)

구미공단은 기존의 브라운관에서부터 시작해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등으로 통칭되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수도(首都)로 불린다.

세계 전체 생산량의 15%, 국내 생산량의 33%를 차지하고 연평균 증가율도 약 23.7%에 이르러 양적이나 질적인 면에서 디스플레이 허브(Hub)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올 초 일본 디스플레이 시장조사기관인 TSR(동경상공리서치)이 구미공단 디스플레이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PDP 부문에서는 LG전자가 23%, 브라운관은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27%, LCD는 LG필립스LCD가 20%로 각각 나타났다.

구미상의 김종배 조사진흥부장은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TV와 컴퓨터 모니터 4, 5대 중 1대는 구미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며 "앞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구미공단 수출실적 273억 달러 중에서도 전자전기업종 수출액은 전체의 84%에 달하는 229억 달러에 이른다.

휴대전화 수출 125억 달러를 제외하더라도 디스플레이제품 수출은 100억 달러 규모로 공단 수출의 40%에 육박한다.

그러나 상당수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문제는 중국이라고 우려한다.

데스크톱PC, 백색가전, 아날로그 TV 부문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일본과 한국을 1년 이상 앞서 있다는 것. 특히 광스토리지, 컬러TV(CRT형) 부문에서도 중국의 추격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금오공대 임은기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일본 기업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경쟁력이 약화됐듯 한국기업 역시 중국이라는 후발주자와의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며 "소극적 전략이 캐시 카우 사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세계적 브랜드 '애니콜'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6월 구미사업장을 방문, "'애니콜' 등 주력제품에 대한 R&D 투자를 과감하게 늘리고 우수인력 확보에 전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최고가 아닌 '세계 초일류'로 도약하자는 주문.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수출하는 애니콜 휴대전화 90%는 구미사업장에서 생산한다.

연간 8천만 대 수준으로 중국 톈진과 선전, 멕시코와 브라질 공장까지 합치면 연간 8천800만 대 규모다.

중국, 미국, 유럽에서 부와 신분상승의 상징으로까지 통하는 애니콜의 성공 신화를 이뤄낸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각종 기록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구미사업장의 애니콜 매출액은 17조7천500억 원으로 삼성전자 전체 정보통신부문 매출액(18조9천400억 원)의 94%에 이른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구미공단 전체생산액 47조4천710억 원의 37%, 수출액 273억 달러의 46% 규모.

하지만 구미사업장의 애니콜이 한국경제를 주도하는 '캐시 카우'로 부상하기까지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삼성전자 도재홍 총무부장은 "삼성이 애니콜을 본격 출범시킨 지난 94년 당시 국내시장은 모토로라, 노키아 등 외국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10%대에 불과했다"며 "'한국지형에 강하다'는 마케팅 전략이 성공, 외국 브랜드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애니콜은 해외시장에서 명품으로 대접받으며 지난해 3분기부터 세계 시장점유율 2위(13.8%)로 올라섰다.

현재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 역시 3조4천억 원(약 34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섬유업계의 화려한 변신

전통적 노동집약형 산업인 화섬업계가 기존사업을 축소 내지 폐기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인 IT소재 사업으로 방향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일부 업체는 벌써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구미 4공단에 4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도레이 새한은 다음달 10일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라인을 준공, 월 생산량을 현재의 2배인 70만㎡로 늘린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증설로 현재 15% 정도인 국내 FCCL 시장점유율을 2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2007년까지 2개 라인을 추가 증설, 월 140만㎡의 생산력을 확보해 세계 정상급의 FCCL 공급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것.

도레이 새한 김진년 전무는 "필름 및 코팅기술을 바탕으로 부직포 등 기존 합섬제품에서 첨단 IT소재로 주력부문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도 지난해 11월 세계적 종합화학회사인 듀폰(DuPont)이 출자한 합작법인 에스디플렉스(주)를 출범시켜 LCD 백라이트유닛(BLU)의 핵심부품인 고순도 아크릴수지를 이용한 확산판 양산에 본격 나섰다.

여기에다 도광판, 컬러레지스트, 이방도전성필름, CMP슬러리에 확산판까지 추가로 개발하는 등 전자재료사업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제일모직 추상한 이사는 "듀폰이 제일모직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은 제일모직 전자재료사업의 글로벌 제휴전략의 경쟁력이 입증됐기 때문"이라며 "향후 전자재료사업분야에서 세계 선진업체와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새한도 IT소재 사업인 연성회로기판용 동박적층판, TFT-LCD 광확산필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용 이형필름 등 전자재료 사업부문에서 해마다 2배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새한은 2006년부터 확산판 생산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사진: LG전자가 지난해 5월 구미 사업장에서 구본무 회장, 김쌍수 부회장, 우남균 사장 등 10여 명의 사장단과 김칠두 산업자원부 차관, 김관용 구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PDP4기라인(A3) 기공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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