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경비정 대치 빚은 EEZ

한국과 일본 경비정이 1일부터 동해상에서 우리 어선을 서로 묶고 대치하게 된 초유의 상황은 한·일 EEZ(배타적경제수역) 획정후 계속된 어업분쟁이 빚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일어업협정 후 어업 영역을 잃은 우리 어선의 생존적 조업속에 일본의 계속된 과잉단속이 이번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지적이다.

EEZ는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법 협약에 따라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를 인정하는 수역(200해리)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수역이 좁아 마찰을 빚어오다가 2001년에야 획정됐다.

문제는 한일어업협정 당시 일본이 통발어선의 자국수역 내 조업을 허가하지 않고 채낚기 어선이나 저인망 어선 등의 조업만 제한적으로 허가해 우리 어선들이 졸지에 황금어장을 잃게 됐다는데 있다.

특히 우리 통발어선은 최근 중국어선 세력이 강한 서해상에서도 발붙일 곳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본 EEZ 인근이나 제주도 해역으로 몰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본 EEZ를 침범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또 부산 앞바다의 경우 한·일간 EEZ 경계가 불과 13마일에 불과한 지점이 있는 등 양국 간 수역이 좁아 의도적이든 아니든 어선의 상대 구역 침범이 잦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남해안에서 우리 어선의 일본 EEZ 침범 사례가 매년 수십 건에 달하는 등 양국 간에 어업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무차별적인 EEZ내 한국 어선 단속에 있다는 지적이 높다.

영해가 아닌 공해상의 EEZ에서는 조업이 허가되지 않은 어선이라도 항해는 얼마든지 가능한 데도 지난해 독도 분쟁과 일본의 역사왜곡 사태 이후 항해하는 어선까지 나포하고 있다.

특히 나포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우리 어민들이 "괘씸죄에 따른 과잉단속"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일본 순시선이 나포를 시도했던 신풍호에 대해 일본 측은 자국내 EEZ 에서 불법조업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신풍호 측은 일본 EEZ을 항해했을지는 모르지만 조업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 일본 순시선에 의해 나포돼 후쿠오카(福岡) 구치소에 억류됐다가 4천만 원의 공탁금을 걸고 풀려난 통영 선적 대청호 선주 김모(47)씨도 "조업하지 않고 EEZ를 가로질러 항해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일본 순시선이 통영 선적 풍운호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사과탄까지 투척해 선원이 부상하기도 했다.

이날 공해상에서 양국 경비정의 대치를 부른 신풍호 단속 과정에서도 일본 순시정 요원 2명이 배에 올라와 몽둥이와 헬멧으로 갑판장을 마구 폭행하고 선박을 일부 파손했다.

이 같은 사례가 빈번해지자 차제에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협상에서 일본 EEZ내에서의 조업 가능한 어선의 수를 늘리고 단속도 평화적으로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어선에 대해서도 일본 순시정의 임검요구가 있을 때 즉시 배를 세우고 응하도록 하는 등 일본 EEZ내에서의 조업 및 항해 규칙을 각별히 주지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역 어민들은 "최근 일본이 자국 EEZ내에 들어가는 우리 어선을 불법 조업여부와 관계 없이 무차별 나포하고 있다"며 "어민의 생존과 보호를 위해 정부가 협상에 나서고 재발방지 약속도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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