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경비정 13척 이틀째 동해대치..긴장고조

일본 EEZ(배타적경제수역)를 침범한 한국 어선의 형사관할권을 둘러싸고 한국 해경 경비정과 일본 순시선이 2일 동해상에서 이틀째 대치하면서 양국 간 외교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당초 2척이던 순시선을 시간이 지나면서 3천t급 대형 경비정을 포함, 모두 7척으로 증파했고 우리 해경도 4척의 경비정을 6척으로 늘리는 등 세력을 강화해 동해상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이해찬 국무총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고,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집무실에서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일본 외무성 부대신을 면담한 자리에서 "즉각 순시선을 철수해 대치상황을 종료시켜라"고 요구했다.

▲일본 측 나포시도=1일 0시15분께 150t급 일본 순시선 2척은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 동방 27마일 해상에서 조업하던 통영선적 장어잡이 통발어선 '502 신풍호'(77t·선장 정모·38)가 일본 EEZ쪽으로 3마일 침범했다며 나포를 시도했다.

신풍호에 정선을 요구하면서 배를 갖다댄 일 순시선은 요원 4명을 신풍호에 올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요원 1명이 실수로 바다에 빠지자 다른 1명이 이 요원을 구조해 순시선으로 돌아갔으며, 나머지 2명이 신풍호에 승선해 갑판장 황모(39)씨의 머리를 곤봉과 헬멧으로 마구 때리고 조타실의 창문을 깼다.

이에 신풍호는 부산해경에 신고한 뒤 일본 기관요원 2명을 태운 채 한국해역으로 달아났다.

현재 머리 등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인 황씨는 "선박의 냉각수가 고장나 부산 대변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선장의 말에 따라 키를 대신 잡고는 잠시 졸고 있는데 갑자기 조타실 쪽에 환한 라이트가 비치고 일본 순시선이 나타났다"며 "일본요원이 휘두른 곤봉과 헬멧으로 5분가량 정신없이 맞았다"고 말했다.

▲대치=한국 해역으로 달아나던 신풍호는 2시간 뒤인 1일 새벽 1시55분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 남동방 16마일(28.8㎞) 해상에서 울산해경 소속 250t급 경비정 251함의 호위를 받고 멈춰섰다.

이어 251함은 일본의 나포를 막기 위해 신풍호의 좌현에 배를 대고 밧줄을 던져 경비정에 계류했고, 뒤쫓아온 일 순시선도 신풍호 우현에 밧줄을 던져 순시정에 묶었다.

해경은 신풍호를 계류한 뒤 울산해경 소속 250t급 2척과 부산해경 소속 1천500t 급 등 모두 6척의 경비정을 추가로 투입했고 일본도 2척이던 순시선을 3천t급을 포함해 모두 7척으로 증파, 기세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 경비정과 일본 순시선들은 기상이 좋으면 신풍호에 2, 3척씩의 배를 잇따라 묶고 기상이 나빠지면 파도에 휩쓸려 배가 파손될 것을 우려, 한 척씩만 신풍호에 묶어두고 있는 상태다.

해경은 1일 오후 선장 정모씨와 선원 등 9명을 신풍호에서 경비정으로 옮겨 태웠으며 신풍호에는 한국 경찰 8명과 일본 순시선 요원 5명이 탑승해 서로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 경비정은 당초 대치했던 간절곶 남동방 16마일(28.8㎞) 해상에서 조류에 밀려 간절곶 남동방 22마일(39.6㎞) 지점으로 흘러간 뒤 그곳에서 닻을 내리고 정박하고 있는 상태다.

▲선상 협상=1일 새벽 2시부터 시작된 상황이 같은 날 오전 10시까지 계속되자 울산해경 김승수 서장은 현장에 출동,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구난과장 등과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관할권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측은 신풍호가 일본 EEZ를 3마일 침범해 불법 조업을 했다며 일본으로 나포해 일본 법정에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측은 특히 "지난달 말 해상보안청이 한국 장어잡이 통발 어선들의 일본 EEZ 조업이 심각해 한국 어선들이 일본 EEZ만 침범해도 불법조업으로 간주, 나포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신풍호가 일본 EEZ를 침범했으나 조업을 하지 않은데다 한국 EEZ에서 우리 측이 먼저 신풍호를 검거한 점을 들어 우리 측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우리 측은 우리 국민과 재산 보호차원에서 신풍호를 묶은 밧줄을 절대로 풀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장=양측 경비정이 대치중인 동해상은 한국 EEZ로 한·일 간 EEZ 경계수역에서 한국 EEZ안으로 18마일(32.4㎞)이나 들어와 있는 지점.

이곳은 우리나라 해안에서 12마일까지로 정해져 있는 한국 영해와는 달리 공해상으로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선박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이 해역은 초속 11, 12m의 바람과 2, 3m 높이의 파도에다 많은 비가 내리고 있으며 양국이 한 척씩 신풍호에 묶은 채 서로 줄을 먼저 풀라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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